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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풍향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앞두고 비판여론 쇄도…'미나리' 작품상 후보 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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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풍향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앞두고 비판여론 쇄도…'미나리' 작품상 후보 빼더니

사진은 지난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지난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한국시각 3월1일 개최되는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 예년에는 1월 초에 열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4월로 연기됨에 따라 이 골든 글로브상도 두 달 가까이 미뤄졌다. 아카데미를 향한 전초전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골든글러브지만 올해는 시상식을 앞두고 각종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LA타임스는 골든 글로브상을 선정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 흑인 회원이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대해 ‘미국 수정헌법 13조’ 등의 에바 두버네이 감독이 이 사실이 수년간 문제가 되지 않은 데 대해 쓴소리를 해 큰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 소동에 기름을 끼얹듯 NY포스트가 스파이크 리 감독의 ‘DA 5 블러드’ 등 흑인 감독들의 작품들이 올해 골든글러브에서 소홀하게 다뤄졌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의 골든 글로브에서는 TV의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넷플릭스의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평가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HFPA의 회원들이 파리의 촬영 현장에 초대되어 최고급 호텔에 숙박하고, 과도한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올해 상 레이스의 중심 중 하나인 영화 ‘미나리’가 미국 작품임에도 골든 글로브에서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에는 들지 못하고 외국어영화상만 노미네이트 된 것에 대해 의문이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미나리’는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 온 한 가족의 이야기로, 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다. 골든 글로브 작품상 대상은 절반 이상이 영어라는 규정이 있어 ‘미나리’는 그 규정에 따라 구분된 것인데, 이것이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아카데미상도 같은 규정이었다면 지난해 ‘기생충’도 작품상에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한편 이는 수년 전부터 화제가 됐으나 HFPA 가입을 거부당한 언론인이 실상을 폭로하고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이번 각종 뉴스와 함께 다시 거론돼 시상식을 앞두고 비판의 회오리바람을 맞고 있다. 골든 글로브가 주목받는 것은 아카데미상에 앞선 영화계 최대 행사이기 때문이지만 따지고 보면 HFPA라는 한정된 단체가 주는 상이고, 그 외에도 NY 영화비평가협회상 LA 영화비평가협회상 전미 영화비평가협회상 등 언론인 단체가 선정하는 영화상은 여럿 있다. 골든글러브도 어떻게 보면 그 중 하나다.

1944년 시작해 올해로 78회를 맞는 골든 글러브는 NY 영화비평가협회상처럼 1935년 시작된 고참도 있지만, 전미 영화비평가협회상은 1966년, LA 영화비평가협회상은 1975년 출범이어서 골든 글로브의 역사가 길다. 그러나 다른 비평가 협회상과 달리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상 못지않다. 골든 글로브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이 드라마 부문과 코미디/뮤지컬 부문으로 나눠져 있어 후보의 숫자도 단순히 배가 된다. 또 TV 부문에서도 배우에 대한 상이 다양하므로 영화, TV 각각의 유명인이 다수 후보가 되어 오히려 아카데미상보다 더욱 호화로운 면면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후보자들이나 게스트가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스타일로 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중계로 비추어지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즐거움이며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레드카펫도 물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골든 글로브의 시상식을 NBC가 방영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상이나 그래미상, 에미상 등의 수상식 중계 시청자 수가 격감하고 있는 가운데, 골든 글로브의 시청자 수는 견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국으로서는 우량 콘텐츠로 2018년에는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NBC가 타국을 웃도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전미 방송권 연장을 쟁취했다, 그 계약료는 연간 6,000만 달러(약 675억6,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듯 시상식이 주목받음에 따라, 스타들도 확실히 출석한다. 그리고 시청자도 기뻐하는 선순환이 유지된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으로서 흔들림 없는 최고의 위치를 골든 글로브는 구축해 온 것이다. 하지만 영화계의 주요 행사인 아카데미상은 아카데미 회원, 즉 같은 업계 인의 투표로 결정된다. 골든 글로브의 저널리스트들과는 투표자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당연히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의 결과는 의외로 엇갈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몇 년간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을, 골든 글로브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2019년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지만, 골든 글로브에서는 외국어영화상에 머물렀다. 2016년에는 ‘문라이트’ 2018년에는 ‘그린북’이 두 상을 함께 받았지만, 2014년 ‘버드맨’ 2015년 ‘스포트라이트’ 2017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은 아카데미상 작품상에도 골든 글로브에는 지명조차 되지 않는 등 미묘하게 겹치거나 어긋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 부문에 관해서는 골든 글로브가 주연상을 드라마와 코미디/뮤지컬 부문에 주는 점에서 최근 몇 년간 상당한 확률로 일치하게 되면서 별로 이변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배우로서는, 골든 글러브를 획득하면, 염원하던 오스카상이 손에 닿는 위치에 왔다는 것이 된다.

예년 아카데미 후보들의 투표 마감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조금 뒤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카데미 회원들은 골든 글로브의 결과를 보고 이 사람이 평가받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하면 투표자가 달라도 연동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 때문에 배우들도 골든글러브를 주최하고 투표하는 HFPA 회원들에게는 관대하다. 신작 영화나 드라마는 HFPA 독점 회견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올해 문제가 된 ‘에밀리, 파리에 가다’처럼 촬영장에 불려갈 기회도 풍부하다. 통상 취재 기자가 대스타와 기념 촬영하기는 어렵지만 HFPA 회원은 두 샷이 관례이기도 하다. 스타들은 HFPA에 싫은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은 할리우드의 상식이 됐다.

현재 HFPA의 회원은 87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랜 취재 실적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남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이외의 매체에 기사를 쓰는 외국 언론인’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추천도 필요해 그렇게 누구나 쉽게 HFPA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으로 회장을 2곳으로 나누어 개최된다. 각 회장에 사회자가 있고, 시상자의 출연은 있지만, 후보작이나 후보자는 원격으로 참가하게 되면서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