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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TSMC 공급망 의존 높아 '시한폭탄' 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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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TSMC 공급망 의존 높아 '시한폭탄' 작용 우려

중국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정책
지난해 사용한 중국산은 6% 불과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 반도체 산업의 TSMC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 반도체 산업의 TSMC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망을 휘어잡고 있는 대만 TSMC를 바라보는 다른 나라와 기업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TSMC 스스로도 경영적인 면에서는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내심은 다르다.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서, 반도체 산업의 TSMC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아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 매체인 디플로매트가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으로 반도체의 70%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보잘 것 없다. 중국 기업이 2020년 사용한 반도체 중 중국산은 6%에 불과했다.
미국은 공급망 쇼크 속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미국 땅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보다 앞서야 하는' 산업이라고 대 놓고 주장했다.

중국과 미국의 기술 줄다리기 핵심에 대만이 있다. 특히 대만 TSMC는 반도체 산업을 넘어서서 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정치와 경제적 위험의 중심이다. 컴퓨터의 고성능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데이터센터, 급팽창하는 게임 등을 넘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의 미래는 모두 반도체 칩에 달려 있다. 기술력과 관계된 모든 산업이 반도체에 의존한다.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날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나아가 폭증하는 온라인 경제를 수용하기 위한 반도체 수요를 따라서 증가시킨다. 현재 심각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산업계가 받는 타격을 보면 그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주 발표한 성명에서 반도체는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해 전략적인 검토가 가장 필요한 부문으로 파악됐다.

성명은 "미국은 반도체 기술의 발상지이며 항상 반도체 개발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이 반도체 산업 투자를 늘린 반면, 우리는 우리의 혁신적 우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등 생산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반도체 제조업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1년 2월 12%로 낮아졌다.

이는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칩을 설계만 하고 제조는 아웃소싱하는 팹리스 제조 모델을 추구한 전략 탓도 있다. 그 결과 제조업체 또는 반도체 제조공장은 이전의 수직적 통합에서 벗어나면서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했다.
가장 큰 승자는 TSMC였다. TSMC는 3나노까지 공정 기술을 끌어올리며 시장 격차를 빠르게 벌렸다. 삼성전자도 TSMC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TSMC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질수록 TSMC는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TSMC를 압박해 애리조나로 생산 공장을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도 제2 공장을 짓고 있다.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입김이다.

중국 역시 화웨이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온 몸으로 저항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업체인 SMIC는 한국, 미국, 대만 경쟁업체들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SMIC는 미국의 장비 수출 제재로 인해 10나노 공정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네덜란드 ASML의 핵심 기술 수입이 중단되고 화웨이와 하이실리콘 팹리스 등의 개발이 차단됐다. 중국 신생 반도체 제조업의 핵심 기능이 마비됐다. 중국이 육성한다고 거액을 지원한 칭화유니 등 반도체 그룹들은 제대로 된 반도체 상품화에 도달하지 못하고 휘청대고 있다.

이러한 역학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지정학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은 결코 새로운 행동이 아니다. 단순한 무력충돌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원 차이나’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호전성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반도체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TSMC 공장을 설립하고 EU가 TSMC와 유사한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오히려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좀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중국이 시도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도용, 합작 투자, 기타 의심스러운 무역 전술 등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