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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여권 만들면 해외여행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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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여권 만들면 해외여행 가능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도입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도입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인 이른바 '백신 여권' 도입을 위해서는 필요성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와 기관들이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고 CN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항공·운수기업들의 협력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23일 몇 주 내에 디지털 '코로나19 여행패스' 앱(App)을 출시, 현장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백신 접종 및 코로나19 PCR 음성 확진서를 담는 앱이 사실상의 '백신여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닉 카린 IATA 수석부사장은 "결국 여행객들이 얼굴이나 엄지를 스캔하기만 하면 해외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관광객이 없다면 몰락할 나라들이 있다. 또 이들은 스페인과 그리스, 태국 등 절대 작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IATA는 "앱을 사용하면 세계 각국에 흩어진 데이터를 별도의 표준화작업 없이도 취합, 정리할 수 있어 입·출국 절차를 간편하게 진행 가능한 것은 물론 여행객의 신체상태와 관련한 정보의 정확도와 입·출국업무 효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ATA에 따르면, 에미리트항공·카타르항공·에어뉴질랜드 등 세계 30여 항공사가 최근 '코로나19 여행패스' 시범운영에 동참하기로 했다.

백신여권이란 휴대전화 또는 디지털지갑에 저장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다. 보통 QR코드, 어플리케이션에서 표시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백신여권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중국 항공사도 여행 재개를 위한 백신여권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도 이달 EU 시민을 위한 ‘디지털 그린패스’를 제안할 예정이다. 디지털 그린패스에는 백신 접종 여부가 명시되고,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검사 결과가 상세하게 기록된다. EU 지도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까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EU 시민이) EU나 역외에서 서서히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그린 배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접종자에게 발급되는 증명서로 스마트폰에서 다운받은 배지를 보여주면 식당, 헬스클럽, 호텔 등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액센츄어의 마이크 탄시는 CNBC 인터뷰에서 "18만 명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 혹은 테스트결과 서류를 한명씩 제시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백신 출시 이후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은 디지털 백신여권 시스템을 위한 협력이 가속화되었다. 백신여권의 필요성은 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디지털 건강 여권이 국제 여행을 재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 있는 방법일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플로리다 걸프코스트 대학의 제이스 램지 경영학과 교수는 "백신여권 채택 확률은 매우 높다"면서 보안 및 개인 데이터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물리 대안보다 디지털 의료 패스를 채택하려는 의지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문서인증 기업 어크레디티파이(Accreditify)는 '백신여권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디지털 인증 시스템 사용으로 조작이 불가능하고 위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크레디티파이 대변인은 "애플리케이션에 안전하게 보관된 의료문서는 사용자만 열람할 수 있어 의료기록을 누구와 언제 공유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행자들의 우려는 과장된 것일 수 있는데, 여행 뉴스 사이트 더배케이셔너(The Vacationer)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국인의 73.6%가 항공사와 국경 당국이 예방접종 상태와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백신 여권이나 앱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미국은 아직 백신 여권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여행객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의무화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와 관련해 확실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백신이나 접종 증명에 대한 국제 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CDC 이주·격리부처의 케이틀린 쇼키 대변인은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그때까지 백신 접종이나 항체 유무와 상관없이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 또는 회복 기록을 의무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많은 전문가는 백신 여권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WHO 지도부에서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에게만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고, 미접종자에게는 국경 간 이동을 금지하거나 격리를 요구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퀸메리대학의 임상역학자인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백신 여권은 여행객에게 '그릇된 보증'(false assurances)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 전망으로 유용할지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선 과학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윤리 문제도 뒤따라 온다"고 말했다.

백신 여권이 자칫 사회 거리두기를 그만해도 된다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고, 미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이들을 향한 차별을 키운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여행산업 재개는 여행 검증 기술에 관한 것처럼 국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CNBC는 강조했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