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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코오롱글로벌, 건설·수입차 ‘엔진’에 풍력·조립주택 ‘윤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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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코오롱글로벌, 건설·수입차 ‘엔진’에 풍력·조립주택 ‘윤활유’

윤창운 사장 취임 뒤 차입금감축·자산매각 등 체질 개선, 6년 연속 영업이익 '상승행진'
주택·수입차유통 양대축 삼아 실적 호조 견인, 육상풍력·모듈러건축 신사업도 수익 가시화
부채비율 호조 불구 200% 기준에 못미쳐 '해결 과제'..."자금조달 여력은 충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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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오롱글로벌
지난 2014년 유동성 위기를 겪은 코오롱글로벌이 최근 외형 성장과 이익 증가의 ‘두 마리 토끼 사냥’에 힘입어 올해 견고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주택 부문의 실적 호조가 코오롱글로벌의 성장을 앞에서 끌고, 유통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모듈러 건축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코오롱글로벌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실적과 전망

◇ 주택·수입차 비중 확대 ‘주축 역할’, 풍력·모듈러 분야 신사업 ‘보조 역할’


건설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코오롱글로벌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월 발표한 잠정실적 공시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 9283억 원, 영업이익 1764억 원, 순이익 805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2019년과 비교해 매출 12.7%, 영업이익 40.5%, 순이익이 139.7% 등 모두 증가했고, 별도기준 실적으로도 매출 3조 8029억 원(전년대비 10.8%), 영업이익 1820억 원(″ 32.7%) 순이익 881억 원(″ 48.0%) 세 부문 나란히 두 자릿수 상승실적을 올렸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수년간 쌓아온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한 주택공급 물량 확대와 수입차 유통 부문의 안정된 성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코오롱글로벌은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질 정도로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보여줬다. 수주 부진으로 매출 규모가 줄어든데다가 공사 미수금의 확대로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면서 외부자금 조달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3년 당기순손실 760억 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520.1%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던 코오롱글로벌은 2014년 에스케이씨코오롱피아이(SKC코오롱 PI) 대표이사 출신 윤창운 신임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차입금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와 실적 개선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먼저, 주택사업 부문에서 리스크가 높은 자체 주택사업의 의존도를 축소하고 조합주택 사업에 집중하면서 차입금의 비중을 줄여나갔다. 부동산 침체기였던 만큼 보수주의 전략으로 사업 리스크와 재무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는 작업을 수년째 이어갔다.

그 결과로 윤 사장 취임 첫 해인 2014년 69억 원으로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 규모는 2015년 421억 원의 세 자릿수로 올라선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07억 원 ▲2017년 725억 원 ▲2018년 768억 원으로 커졌고, 2019년 1256억 원의 천억 단위로 실적 몸집을 키운데 이어 지난해 1764억 원으로 해마다 상승곡선을 구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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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에 건설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기에도 코오롱글로벌은 주택사업의 호조, 자동차 유통 부문의 수익성 증가를 이끌어내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기업이 일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수주잔고’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은 풍족한 수준을 보였다.

3월 현재 코오롱글로벌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건설부문 매출액의 5배 수준인 9조 원에 이른다. 최근 3년간 신규 수주액은 2018년 2조 3707억 원에 이어 2019년 2조 6227억 원, 지난해 2조 7656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한데 힘입어 올해는 신규수주 3조 11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서부발전·전남개발공사와 ’완도 장보고 해상풍력발전사업 공동개발협약‘을 맺고 약 2조 원 규모의 400메가와트(㎿)급 발전용량을 자랑하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건설공사의 비중이 높아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면, 입지 분석과 타당성 조사에 긴 소요 시간이 요구되는 한계 때문에 신규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란 점에서 코오롱글로벌의 풍력발전 성과는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육상풍력사업에서도 수주 실적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지난해 태백 가덕산 육상풍력1·2단지(64.2㎿ 용량), 양양 만월산 육상풍력단지(42㎿ 용량)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초 태백 하사미 육상풍력단지(16.8㎿) 등 육상풍력 분야에서만 약 1조 4000억 원 어치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시공뿐 아니라 운영에도 직접 참여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경주 풍력 1·2단지에서만 연간 6억 원 상당의 배당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상업운전에 들어간 태백 가덕산 1단지에서도 올해부터 배당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새롭게 사세를 투입하고 있는 모듈러건축 사업도 초기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모듈러건축 기술을 미래 건설시장의 핵심 기술로 판단한 코오롱글로벌은 수 년간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결과, 지난해 6월 자회사 코오롱모듈러스를 설립하고 사업 시동을 걸었다.

코오롱모듈러스는 지난해 말 경기도 고양 국립암센터 음압병동 리모델링 공사, 서울 중구 다동 고급 F&B(식품·음료)시설 신축공사를 따내는 등 창립 6개월 만에 153억 원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여세를 몰아 오는 2025년까지 고층 주거용 건물, 호텔·상업시설 등 비주거 건축물 분야로 영역을 넓혀 연매출 3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건설 부문과 수입차 유통 부문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신성장동력인 풍력발전과 모듈러건축도 의미있는 성과를 실현하면서 회사의 실적 성장세에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 주요 사업

◇ 건설 비중 52% 중심 삼아 ‘수입차 딜러’ 부문 내실 강화로 국내 1위 노려


코오롱글로벌의 강원도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사진=코오롱글로벌이미지 확대보기
코오롱글로벌의 강원도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사진=코오롱글로벌


지난 1954년 설립된 코오롱글로벌은 무역업에서 출발해 1960년 코오롱건설과 합병한 뒤 건설업을 주력으로 삼아 성장했다. 1987년 코오롱모터스를 세워 BMW 수입차 판매로 영역을 확장한데 이어 2011년 코오롱아이넷·코오롱비엔에스(B&S)를 잇따라 인수해 무역·유통 사업을 강화했다.

또한, 1984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회원제 종합스포츠센터 ‘코오롱스포렉스​’를 중심으로 스포츠산업도 키워나가고 있다.

이같은 사업군 확대를 통해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사업별 매출 비중에서 51.78%를 차지한 건설을 중심축으로 삼아 ▲수입자동차 판매 32.51% ▲철강재·화학재·산업소재 13.91% ▲스포츠센터 1.19% ▲기타 0.61% 순으로 역할 분담을 이루고 있다.

주력사업인 건설은 지역주택조합·도시정비사업 등 주택사업 비중이 높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코오롱글로벌의 평균 주택분양 물량은 6614가구로, 과거 3년(2015~2017년) 평균 4163가구보다 약 1.6배로 늘렸다.

최근 분양사업으로는 지난달 서울 광진구 ‘자양 하늘 채베르(자양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해 부산 초읍동, 대전 선화동, 김해 율하동 등이 있다. 이어 대전, 전남 나주, 인천, 부산 등 전국 11곳에서도 분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3500가구 이상 늘어난 94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올해 공급물량 중 80%가 넘는 물량이 1~6월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공급계획에 차질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차 유통부문의 성장세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BMW와 미니(MINI), 롤스로이스, BMW 모토라드 등의 딜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유통 시설로는 BMW와 MINI, 롤스로이스의 판매전시장 22개, A/S센터 19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아우디와 볼보 딜러사업을 담당한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를 인수해 수입차 브랜드군을 넓히는 동시에 수입차 종합정비사업을 확보해 추가 수익의 기대감을 높였다.

수입차 유통의 강화로 코오롱글로벌은 BMW를 주축으로 한 아우디·볼보와 ‘수입차 삼각편대’를 갖춘 것을 계기로 오는 2025년까지 수입차 유통사업에서 2조 5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넘버 원(NO.1)’ 딜러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이다.

■ 투자 포인트

◇ 재무 개선 노력에도 부채비율 여전히 300%대 잔류 ‘건전성은 남은 숙제’


코오롱글로벌 인천 송도 신사옥 모습. 사진=코오롱글로벌이미지 확대보기
코오롱글로벌 인천 송도 신사옥 모습. 사진=코오롱글로벌

이처럼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코오롱글로벌의 최근 경영 성적에 주요 증권사들은 ‘긍정 평가’의 점수를 주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일 코오롱글로벌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 평균)를 소폭 상회했다고 밝혔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 2400억 원, 영업이익 474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1%, 14.9% 신장된 성과를 거뒀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는 460억 원이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부문과 자동차판매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0.5%, 29.4% 나란히 늘어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면서 “토목과 환경 부문의 원가율이 각각 100.7%, 120.2%까지 상승했지만, 주택 부문 원가율이 85%까지 개선되면서 이익을 방어했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도 15일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을 상기시키며, 올해도 연간 가이던스(기업이 예상하는 실적전망치)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진단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건설업과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이 건설과 유통 양대 사업의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급증했다”고 분석한 뒤 "풍부한 누적 수주잔고와 신규수주, 신사업 풍력·모듈러주택 등으로 추가 성장의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 개선은 여전히 코오롱글로벌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받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520%를 넘겼던 2013년 이후 ▲2016년 377.7% ▲2017년 386.3% ▲2018년 355.2% ▲2019년 384.7% ▲2020년(9월) 326.4%로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건전성 판단 기준인 200%를 한참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안정성 지표’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에서도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75.1%에 머물러 있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코오롱글로벌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가늠케 하는 지표인 셈이다.

다만,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선 코오롱글로벌의 유동성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건설업 특성상 양호한 분양사업 현장에서 공사대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보유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등을 담보로 추가 자금조달 여력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