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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스페인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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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스페인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 코로나19 여파로 스페인 경제 크게 후퇴, 2021년 하반기부터 호전 예상 -

- 장기적인 국가경계령 시행으로 스페인 사회의 ‘언택트(비대면)’화 가속 -




스페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경제적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국가 중 하나이다.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스페인 정부에서 장기간 시행 중인 국가경계령으로 인해 스페인 사회는 빠르게 ‘언택트’화 됐으며, 이는 디지털 전환이나 탈도시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는데에 일조하고 있다.

국가경계령(Estado de Alarma) 시행 후 1년 경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스페인을 강타한 지 어느덧 일년의 시간이 흘렀다. 스페인에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 31일에 발견됐고 한 달 뒤인 3월 3일에는 첫 사망자 소식이 발표됐다. 스페인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자 그로부터 3일 뒤인 3월 14일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해 국가경계령(Estado de alarma)을 발동했다.

6월 21일까지 4단계에 걸쳐 시행된 국가경계령 기간 중에는 스페인 국민들의 이동이 엄격히 제한됐다. 생필품이나 의약품 구입 또는 출퇴근과 같은 필수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외출이 금지됐고 모든 교육기관이 휴교에 들어갔다. 또한, 생필품 및 의약품 판매점 등 필수적인 분야를 제외한 모든 상점 운영이 금지됐으며 식당이나 카페, 호텔 등의 영업도 중단됐다. 3월 23일부터는 EU 및 쉥겐협약국 역외 국민의 스페인 입국이 금지됐다.

스페인 정부는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여름 기간 중 바이러스 억제 정책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곧 2차 대유행이 발생하며 10월 21일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백만 명을 돌파해 10월 25일 국가경계령을 재 발동했다. 최소 2021년 5월 8일까지 지속될 이번 국가경계령 시행 기간 중에는 각 자치주가 상황에 따라 독자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자치주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모임 규모 최대 6명 제한, 자치주 출입 통제 등을 시행 중에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 및 경제적 타격 심각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및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21년 3월 15일까지 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총 319만 명으로 세계 8위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7만 2000명으로 세계 10위이다. 또한, 스페인의 2020년 국가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무려 11.0% 감소해 EU 평균(-6.4%)보다 거의 두 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극심한 경기침체는 모든 거시경제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고용 붕괴를 막기 위해 스페인 정부가 ‘임시고용해제(ERTE)’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정부는 실업률은 2019년 말 13.8%에서 2020년 말 16.1%로 2.3%p 상승했다. 또한, 2020년 소매판매지수와 산업생산지수는 전년대비 각각 5.6%, 9.2% 하락했다. 이는 무역 활동에도 악영향을 줘서 수출과 수입 규모가 전년대비 각각 10.2%, 14.8%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스페인의 최대 산업인 관광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스페인은 세계 최대 관광대국 중 하나로 연간 8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1/4 수준인 1900만 명으로 급감했다. 관광 소득도 전년대비 78.5% 감소한 197억 유로를 거둬 들이는데 그쳤다. 여기에 지역 간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국내관광 수요도 대폭 줄어들어, 스페인 요식업 산업 매출이 2019년 1293억 유로에서 2020년 556억으로 57% 감소했다. 또한, 스페인 내 요식업 관련 매장 수도 2019년 31만 개에서 2020년 23만 개로 8만 개 매장이 사라졌다.

팬데믹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코로나19는 스페인 사회를 ’언택트’(비대면)로 바꿔놓았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현상이지만, 문화적 정서상 신체적 접촉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스페인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개념은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언택트 시대 도래는 스페인 소비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스페인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36% 증가했고 배달 어플 가맹 음식점 수는 2만 5000개에서 4만 4000개로 늘어났다.

또한, 원격근무 방식이 스페인 기업들에 널리 정착됐다. 전체 근로자 중 원격근무자 비중은 2019년까지 5%에 불과했으나 2020년 국가경계령 발동 후에는 34%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원격근무자 보호와 노동법의 현대화, 노동생산성 제고 등을 위해 2020년 9월 원격근무법을 통과했다. 해당 법령을 통해 기업은 근로자가 원격근무를 위해 필요로 하는 수단과 장비를 제공해야 함을 명시했으며, 원격근무자는 근무시간 종료 후에는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디지털 로그아웃) 등을 보장 받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공공위생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며 스페인의 2020년에는 마스크 수입이 전년대비 약 1000% 증가했다. 또한, 시장 내 안정적인 마스크 공급을 위해 제조 기반을 확대해 스페인 내 일일 마스크 생산 가능 규모가 10만 개에서 200만 개로 대폭 늘어났다. 한편, 사무실, 공장, 호텔, 일반 매장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손세정제가 비치됐고 주기적인 바이러스 예방 살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 밖에, 건강 관리에 관심을 두는 국민이 늘어나며 2020년 1~9월 건강 사보험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탈도시화 현상도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며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대도시를 피해 한적한 교외로 주거를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2020년 4~9월 중 마드리드 시내 부동산 매물 문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0% 감소한 반면 시외 지역 매물 문의 건수는 18.0% 증가했다.

전망 및 시사점


스페인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021년 1월 초반 3~4만 명을 웃돌았으나 고령층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3월 중순에는 1/10 수준인 3000~4000명으로 급감했다. 현지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자 수가 늘어날수록 신규 확진자 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가을 시작 전까지 전체 인구 중 70%에 달하는 33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성장은 빠르면 올해 여름부터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집행위는 2021년 3월 초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여권 발급 준비에 나섰으며, 이를 위한 디지털 기반시설 구축은 여름 바캉스 시즌 전까지 준비될 예정이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뒤 외국인 관광객의 스페인 호텔 및 항공편 예약이 폭증하고 있어 백신 접종 일정에 큰 차질이 없다면 올해 여름부터 스페인 관광업이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경제도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EU집행위는 올해 스페인 경제가 전년대비 5.6%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팬데믹 완전 종식까지는 여전히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최소 올해 말까지는 방역 관련 제품 또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주요 유통기업인 H사의 마케팅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페인 소비자들은 코로나19를 전후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 앞으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공기청정기나 살균장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다만,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돼 있으므로, 스페인 시장 진출을 위해선 혁신성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현지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자료: Worldometers, 스페인 통계청(INE), 유통기업 H사 인터뷰, 스페인 언론 등 KOTRA 마드리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