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니콜라 지분 절반 판다…美 수소 시장 진출 차질

한화그룹이 '사기극 논란'에 휩싸였던 미국 수소차업체 니콜라에 대한 투자 지분 중 절반을 매각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전날 증권 당국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해 한화그룹이 니콜라 주식 지분 중 1105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예상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16.39달러) 기준으로 1억8110만달러(약 2035억원) 상당이다.
지난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니콜라 지분 6.13% 확보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한 후 상당한 차익을 거두고 되파는 것이다. 매각 기간은 올해 6월부터 6개월간이다.

이 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화제를 모았다. 김 사장은 실무진과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과 직접 만나 투자를 진행했다.

김 사장은 수소관련 신사업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2018년 회사의 '니콜라' 투자를 적극 지지했고, 지난해 각 계열사가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그린수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최근 '스페이스 허브' 출범으로 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다만 당초 니콜라 투자를 통해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한화의 구상에는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투자사인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할 권한을,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각각 확보해 미국 수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한화는 니콜라를 통해 미국 수소 시장 진출이란 본래의 구상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화그룹과 니콜라의 협력 관계는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한화의 니콜라 보유 지분이 절반 남아있기 때문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는 한화측의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화는 전략 파트너로 계속 남아 이사회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화가 향후 청정에너지 생산용 발전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니콜라와의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내 수소와 에너지 전환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공매도 전문기관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난해 9월 니콜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니콜라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해 첫날 33.7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나흘 만에 종가 기준 최고가인 79.7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17.88달러까지 급락했다.

18일 니콜라 주가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동부시간 오후 12시 41분(한국시간 오전 1시 57분) 전장 대비 8.11% 폭락한 15.06달러를 기록 중이다.

힌덴버그의 폭로 열흘만에 니콜라의 트레버 밀턴 창업자 겸 회장이 사임했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불발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사기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또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2월 니콜라 지분 인수를 포기했고, 니콜라와 함께 만들기로 했던 픽업트럭 '배저'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이어 독일의 대형 부품업체 보쉬도 니콜라의 지분을 6.4%에서 4.9%로 줄였다. 앞서 보쉬는 2017년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 제휴를 맺었다.

'니콜라 사기' 의혹에 GM, 보쉬 등 자동차 업체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보유지분을 줄였듯이 한화도 이 같은 맥락에서 니콜라의 지분을 절반 매각하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