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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업 못 접는다" LG "증거 확인하자" 주총서도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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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업 못 접는다" LG "증거 확인하자" 주총서도 난타전

SK이노 "ITC, LG의 모호한 주장 인용"
LG에너지 "증거 자료 직접 확인" 제안

LG와 SK 본사.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LG와 SK 본사.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LG에너지솔루션(LG에너지)과 SK이노베이션(SK이노)이 '주총 시즌'을 맞아 서로를 향해 날선 공세를 펼쳤다.

SK이노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쟁사(LG에너지)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라며 합의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고 LG에너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된 증거 자료를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 SK이노, ITC 결정에 "안타깝다"…김준 사장은 美서 설득 작업


SK이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주총을 열고 LG에너지와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준 SK이노 대표이사 사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이영명 이사는 "ITC 소송 문제로 주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우선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 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라며 "남은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LG에너지와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에 10년 동안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수입, 판매를 금지한 ITC 결정을 뒤집기 위해 현지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 LG에너지 "ITC, '영업비밀 침해 명확' 판결…사실 오도 말라"


LG에너지는 SK이노 주총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배포하며 SK이노 측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LG에너지는 "ITC는 지난 5일 최종 판결문에서 SK의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전사적으로 자행됐고 자료 수집과 파기라는 기업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언급했다"라고 맞받았다.

LG에너지는 또 "악의적인 증거 인멸에도 불구하고 (ITC는) LG가 남아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개연성 있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22개 침해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LG에너지는 "(SK이노가)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라며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 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전날 모기업 LG화학 주총에서는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라며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美서도 '합의 촉구' 목소리…바이든 대통령에 모아지는 시선


LG에너지와 SK이노가 설전을 벌이는 동안 미국에서는 조지아주(州) 의회가 양사 간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조지아주는 SK이노가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인 지역이다.

조지아주 상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지역 일자리 보전을 위해 LG에너지와 SK이노가 합의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SK이노는 샐리 예이츠 전(前) 미국 법무부 차관을 현지 고문으로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예이츠 전 차관은 최근 ITC 결정에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오는 4월 10일로 2주 남짓 남은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손끝'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