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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온라인 마권 발매’ 반대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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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온라인 마권 발매’ 반대의 허구성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
3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온라인 마권(馬券)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여전히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는 주무부처의 반대로 소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마사회법 개정안 심사자리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반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3월 법안심사소위 때까지 온라인 발매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의 말(馬)산업 위기극복대책을 마련해 오라고 요구했으나, 농식품부는 대책 마련에 좀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온라인 발매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온라인 발매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이는 ‘온라인 발매를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숨기려는 핑계일 뿐이다.

일본 등 이미 온라인 마권 발매를 운영하고 있는 경마 선진국 중에도 먼저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난 뒤 도입한 사례는 없다.

경마 선진국들도 20~30년 전에는 ‘경마는 도박’이라는 부정 인식이 강했으나, 세제 개혁과 온라인 발매 도입을 통해 불법시장을 양성화하고 경마 저변을 넓혀 자연스럽게 경마를 레저산업으로 정착시켰다.

또다른 반대 근거로 내세우는 청소년 접근·영상 유출 차단 등 보완책 마련에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한낱 구실에 불과하다.

회원 가입은 경마장 현장방문을 통해서만 하고, 본인명의 휴대전화 1대만 등록하며, 본인명의 실명계좌 1구좌만 연결하고 입금한도 설정·신용거래 금지 등 3~4중의 기술 장치와 안심스크린·워터마크 등 보안기술로 청소년 접근과 타인 도용, 영상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더욱이 과몰입 방지를 위한 강제 셧다운, 자가진단 테스트 등 오프라인 발매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통제가 가능하다.
한국마사회는 이미 지난 1996년부터 12년간 전화와 PC를 통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운영해 왔으나, 2009년 온라인 발매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감사원 지적으로 중단됐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된 것이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인데 '시기상조론'을 운운하며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경마를 비롯해 경정·경륜·카지노 등 특정 사행산업이 로또·스포츠토토 등 다른 사행산업보다 더 사행성이 크다는 주장도 잘못된 근거에서 비롯된 선입견에 불과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각 사행산업별로 판매소 방문자를 설문조사하는 '조사지점별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를 통해 카지노·경마가 토토·복권보다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판매소가 전국 1~30개뿐인 카지노·경마와 편의점 등 수천 개인 복권·토토의 판매소 방문자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조사기법상 오류이다.

그럼에도 사감위는 토토·복권의 온라인 발매 도입 때는 침묵하다가 경마의 온라인 발매에는 반대하고 있다. 2014년 '복권류만 온라인 발매 허용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도 공개하지 않는 등 업종별로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0년~2016년 '경주류 온라인 발매 필요성'을 제기한 외부 회계법인·대학·공공기관들의 연구용역 결과들도 계속 묵살했다.

반대로 사감위는 지난해 8월 '사행산업 건전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변경해 복권과 토토에 관해 총량규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줬다.

경마는 총량규제뿐 아니라 영업장 설치 규제 등 이중삼중의 규제로 계속 규모가 감소하고 있지만, 로또·스포츠토토는 온라인 발매가 허용되면서 영업장 설치 규제도 없어 단기간에 수천억 원대에서 수조 원대로 성장했다. 여기에 총량규제까지 빠져나갈 길을 사감위가 열어 준 셈이다.

이처럼 사감위가 사행산업별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사행산업별로 사행성이나 중독위험 등이 달라서라기보다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농식품부 등 사행산업별로 서로 다른 주무부처 간 이해관계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기에 사감위·농식품부의 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즉, 로또 운영자인 복권위원회를 관장하는 기재부와 스포츠토토 운영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관장하는 문체부가 사감위와 합심해 로또·토토 규모를 키우려는 반면, 경마 시행체인 마사회를 관장하는 농식품부는 손놓고 있어 사감위의 규제가 경마에 쏠리는 것이라면, 이는 국내 전체 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해외 경마시행국 사이에서는 매출 기준 세계 7위 규모인 한국경마가 온라인 발매 금지 때문에 경마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으며, 상식을 벗어난 정책을 비웃는 분위기마저 흐르고 있다.

경마를 정상화하지 않고 말산업을 현재의 위기에서 구할 수 없다. 말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농식품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희생적 투혼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 김종국 교수 약력 △전 한국마사회 경마본부장(상임이사)·공정본부장 △한국복권학회 부회장 △한국축산학회 이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사행산업정책 연구포럼위원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건국대 LINC사업단 산학겸임교수 △럭(Luck)산업정책연구소 대표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