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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속도 5030', 전 국민 범죄자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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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속도 5030', 전 국민 범죄자 만드나

산업부 성상영 기자.
산업부 성상영 기자.
오는 4월 17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안전속도 5030'을 둘러싸고 운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지역 내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고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차량 통행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다. 안전속도 5030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지만 이날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도심 제한속도를 낮추는 명분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다. 2017년 기준으로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미국(11.4명), 칠레(10.5명), 터키(9.2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8.1명이다. 정부는 이를 OECD 평균치 5.1명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발상은 단순하다. 시속 60~70km로 달릴 때보다 50km로 달릴 때 제동거리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장애물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까지 고려한 정지 거리는 시속 60km는 약 54m, 시속 50km는 40m 정도라고 한다.

자동차의 빠른 주행 속도가 과연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의 가장 큰 이유일까.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도로교통공단 법규 위반별 교통사고 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사망자(3349명) 가운데 과속은 228명으로 채 10%도 되지 않는다. 이는 신호위반(315명)이나 중앙선 침범(246명)보다 적다.

도심 일반도로 제한속도 하향 조치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일괄 적용했기 때문이다. 차로 개수가 적고 평면 교차로가 많은 도로도, 차로 개수가 많고 입체 교차로가 확보된 도로도 시속 50km다. 또한 도로의 주된 기능이 무엇인지도 고려되지 않았다.

무분별한 제한속도 하향은 정부에게는 표지판만 고치면 되는 손쉬운 대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법규는 자칫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위험이 크다. 심지어 대부분 도로들이 신호 체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통행량이 많지 않은데도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등 체감 통행시간이 늘었다.

정부가 효율적인 정책 집행과 행정 편의주의를 헷갈려서는 곤란하다. 안전속도 5030은 공무원이 편한 규제이지 운전자나 보행자를 배려한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