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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화풀이 범죄로 번지는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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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화풀이 범죄로 번지는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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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창원 일대에서 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여성들에게 커피를 뿌리거나 침을 뱉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들렸다는 소식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10대 고등학생과 20대 여성이라고 했다. 몇몇 여성 앞에서는 ‘바지’를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은 쉽게 도망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것도 훔친 자전거였다.
범행 동기는 “직장을 잃고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에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에도 인천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대 취업준비생이 여성의 스타킹에 잉크를 뿌리고 달아난 것이다. 피해자가 6명이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여성에게 물 섞은 잉크를 뿌렸다가 불구속 입건되고 있었다.

범행 동기는 비슷했다. “취업 준비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었다.

올해 연초에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게 여성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달아난 20대가 구속되고 있었다. 피해 여성들은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여성’이었다. “여자만 보면 때리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하고 있었다.

이 20대도 ‘취업준비생’이었다. 역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년 7월에는 대구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들의 ‘신체 특정부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20대가 구속되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모두 76차례에 달했다.

이 20대의 범행 동기도 비슷했다. “코로나19로 실직하는 바람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작년 6월에는 30대 여성이 서울 수유동의 모텔 객실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투숙객들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고 20여 명은 대피하기도 했다.

이 30대 여성의 범행 동기도 닮은꼴이었다. “취업 스트레스 등에 따른 처지 비관”이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렇게 빗나가는 청년층도 잇따르고 있다.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면서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문송하다”는 말을 만들어낸 게 벌써 몇 해 전이다. ‘문과 쓰레기’라는 ‘문레기’라는 말도 생겼다. ‘문과 출신의 90%는 논다’는 ‘문구논’이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도 있었다.

지난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니트족은 43만6000명으로 1년 사이에 24.2%, 8만5000명이 늘었다고 했다. 2016년의 26만2000명에 비해서는 1.7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연구원은 ‘니트족’을 ‘고용환경이 나빠지면서 취업 의지조차 없이 그냥 취는 청년층’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작년 겨울,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8%가 ‘취업활동 중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스로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생각하는 구직자도 42.4%나 되었다. 청년들은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예산을 풀어서 이른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자 숫자를 채우는데 바쁜 게 고작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증발하고 있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근로자’는 작년 말 1889만 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보다 195만 명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고용 붕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