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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한달만에 초강력 무더기 규제에 "근절 의지 좋지만 '시장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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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한달만에 초강력 무더기 규제에 "근절 의지 좋지만 '시장 위축'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 LH 땅투기 재발방지대책에 "차익 노린 토지 단기매매 발본색원 공공 개입은 바람직" 평가
일반인 정상거래까지 투기 단정 처벌은 '시장 역효과' 가능성,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에 '권력남용' 경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에 정부가 20개에 이르는 ‘부동산 투기 근절 종합세트’를 내놓았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시간에 쫓겨 투기 방지책을 내놓다보니 제도의 한계도 존재한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어 부동산 투기근절‧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 자금조달 계획서를 모두 내도록 하고, 보유 기간이 짧은 토지를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또한, 고위직에 한정했던 재산 공개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하고, 부동산시장의 이상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내용도 담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토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초강력 규제”라고 평가하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는 토지 투기의 예방·적발·처벌·환수 전 과정을 망라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토지의 경우, 용도대로 매수‧매도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인데 지금과 같이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단기적으로 토지를 매수‧매도하는 행위는 근절되는 것이 맞다”면서 “그동안 정상적으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던 토지 매매 행위에 공공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긍정 평가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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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대책이 정상적인 토지거래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년 미만 단기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20%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토지 취득 때도 투기여부 판단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에서 토지 거래에 세금 인상과 거래제한 조치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아닌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며 “토지 단기 양도를 모두 투기라고 단정할 수 없는데, 개인 사정으로 단기간에 부동산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의 이상거래를 모니터링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에도 전문가들은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모든 부동산 거래를 다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는 정부의 과도한 권리남용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지나친 개인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덕례 실장 역시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은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측면에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공공기구 설립 시 필요한 재원이나 기대효과 등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가이드라인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분석원을 신설할 경우 타 공공기관과 업무 중복, 재원 낭비 같은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투기 근절 대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정부가 더 세밀한 정책을 설계할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교수는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서둘러 만들다 보니 한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면서 “투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개발방식 등에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