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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유럽 아시아계 혐오범죄 급증에 ‘반색’…‘인권’을 선전전 재료로 개도국 외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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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유럽 아시아계 혐오범죄 급증에 ‘반색’…‘인권’을 선전전 재료로 개도국 외교 이용

사진은 지난달 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지난달 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과의 대립을 배경으로, 중국의 영자 미디어들은 미국의 인권문제를 활발히 보도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가 강조하는 미국에서의 이런 행위에 대한 비판은 개도국이 울리기 쉬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계 혐오범죄 단속은 국내 문제인 동시에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펼쳐지는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범죄는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중국에 있어서 최적의 외교수단이 되고 있으며, 그 선전전의 주전장은 유럽과 미국의 거짓말에 직면해 온 개도국들이다.

■ 중 영자지 미 혐오범죄 보도 봇물

중국의 영자매체들은 요즘 미국, 유럽 등 아시아계 혐오범죄 소식 전하기에 바쁘다. 대표적 영자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3월 17일 그 논설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에 미국 사회는 왜 냉담한가’라고 물으며 미국의 뿌리 깊은 백인우월주의 역사를 고발했다. 중국 중앙(CC)TV도 3월 20일 아시아계 혐오의 만연은 미국 정부가 흑인의 권리 운동(BLM)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은 결과라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만들었지만, 혐오라는 바이러스 백신은 언제 만드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신화통신은 3월 25일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백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76세 아시아계 여성의 화제를 다루면서 아시아계 혐오가 팽창하는 것은 미국이 안고 있는 ‘인권의 죄’라고 단정하고 있다.

■ 미국이야말로 진짜 인권침해 국가 주장

미국과 유럽에서 확대되는 아시아계 혐오를 중국계 언론이 자주 다루는 배경에는 이들과 중국 간의 극한 대립에 있다. 바이든은 지난해 대선에서 홍콩 시위 장기화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의 무슬림 탄압 등을 거론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악당’이라고 칭하다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제재를 강화해 왔다. ‘중국은 인권을 짓밟는 나라’라는 여론 형성은 유럽 국가를 비롯한 호주, 캐나다 등도 가세한 중국 포위망의 한 핵심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유럽, 특히 미국이 ‘인권침해의 본산’이라고 할 정도의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의 중국 미디어는 혐오범죄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지금까지 많은 시민의 재산을 불태우고 그 생명을 빼앗아 왔다는 점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엄격한 코로나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결국, 많은 인명이 상실되고 있으며 삶의 최우선 권리가 손상되고 있다는 등의 2가지 주제를 자주 다루고 있다.

■ 미국 비아냥거리며 국제여론 형성 노려

이런 주장을 ‘적반하장’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편드는 것이 아니며 굳이 말하자면 이런 주장의 내용에 오인은 없다.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부분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못 본 체했다는 것은 뻔한 일이고, 여러 나라가 반대하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시작한 이라크 침공(2003)에서 국방부가 고용한 용병이 이라크인을 무차별 살상한 것, 파키스탄 등에서의 미군 드론에 의한 민간인 오폭 등은 미국 자신이 인정하고 있다. 또 좋든 나쁘든 개인의 권리가 중시되기 때문에 중국처럼 엄격한 코로나 규제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차라리 ‘적반하장’ 격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다만 주차위반 딱지를 떼고 “더 나쁜 짓을 하는 사람 있는데 그것이나 잡으라”며 경찰관을 거스르는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죄를 지적하는 것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위구르에 출입하는 것조차 규제하면서 탄압은 없다고 강변해도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중국 언론이 한창 인권을 논하려는 것은 국제여론 형성 자체가 전쟁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위구르 탄압 묵인 미국 ‘이중잣대’ 비판

인권을 말하는 중국 언론의 상투적 논리는 서방세계의 ‘이중 잣대’다. 예를 들어 위구르를 거론하면 중국은 3월 초 제네바에서 스리랑카, 카메룬, 세르비아 등의 대표단과 만남에서 위구르의 테러공격 현장을 소개하고 단속과정 등을 기록한 5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혹은 선전영화)을 내보냈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 모임에 참석한 각국 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시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권리가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만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미국이나 그 동맹국은 인권침해와 종이 한 장의 테러대책을 국외에서 자행하고 있는데 중국이 그렇게 하면 단순한 인권침해라는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위구르인 대부분은 테러와 무관하지만, 이슬람 과격파의 영향을 받은 자가 있는 것도 확실해 2014년 이슬람 국가(IS)가 건국을 선언했을 때 최소 100명의 위구르인이 시리아로 건너갔다. 테러 봉쇄가 위구르 탄압의 근거가 되는 셈이지만 중국의 이 논리는 과거 미국이 묵인한 것이기도 하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국내 이슬람 세력을 탄압하는 방편으로 이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부시 행정부는 일부 위구르인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을 뿐만 아니라 위구르 탄압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된 바 있다. 이는 러시아의 체첸 탄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중국의 미디어를 보는 개도국들 반응은?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중국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많은 개도국이 직면해 온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세계를 향해 인권을 설명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나라에는 원조 중단 등의 압력을 가하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나 인도 등 미국의 안보상 파트너에 의한 심각한 인권침해를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이런 이중 잣대는 국제정치의 냉랭한 현실에서 보면 당연하고 없던 일로 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측인 개도국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즉, 중국의 미디어가 특히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개도국이다. 중국은 ‘냉전 시대’부터 개도국을 국제적 발판으로 삼아왔지만 ‘서방의 거짓말’을 강조하는 것은 주로 유엔회원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도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강하는 것이 개도국에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국 언론이다. 신화통신만 해도 국외에 180개 이상의 지사를 두고 로이터 등 구미의 통신사보다 싼 가격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으로 개도국의 현지 미디어를 잠식하고 있으며, CCTV는 국제방송에 있어서 CNN이나 BBC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 등에서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 외교의 연장선에 있는 증오범죄 대책

하지만 중국 미디어의 논조를 개도국의 유저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케냐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2018년에 행해진 조사에서는, 구미 언론이나 카타르의 알자지라에 비해 중국 미디어를 접하는 빈도가 적고, 미디어 전공의 학생이라도 CCTV의 로고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한 그룹에 미‧유럽 미디어와 중국 미디어를 비교시키면 “미‧유럽 미디어에 비해 중국 미디어는 아프리카 뉴스가 많다” “미‧유럽 미디어에는 아프리카는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스테레오 타입이 강하지만, 중국 미디어는 그것이 없다”라는 호의적인 의견이 있는 한편 “중국 미디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느낌으로 국영방송 같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어 “굉장히 주장이 강한 것 같다. 미국 미디어와 알자지라에도 그런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것은 너무 강해서 찬성할 수 없다…마치 러시아의 텔레비전과 같아 불쾌한 느낌이 든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조사결과에서는 개도국에서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특히 리터러시(정보 수용 능력)가 발달한 사람의 개인차는 있지만, 서구 미디어뿐 아니라 중국 미디어도 무조건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선전전의 타깃은 주로 개도국의 이스테블리시먼트(기득권층), 바꾸어 말하면 중장년 이상의 고액 소득자다. 아시아에서도 홍콩이나 타이의 정세를 보면, 중국과의 거래로 일정한 생활 수준을 얻은 사람일수록 중국의 논리에 이해를 나타내기 쉽고, 그것이 ‘국가의 방침’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바이든 정권에 있어서는 중국 포위망의 형성을 목표로 하는 데 있어 개도국의 젊은이에 대한 접근이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바이든은 선거기간 중부터 개도국 포섭에 의욕을 보여 왔지만, ‘인권’에 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래 이상으로 미국을 뒤덮은 ‘인종차별 그림자’의 개선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국내의 혐오범죄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정권이 아시아계 혐오범죄의 단속을 강화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백인 극우세력뿐만이 아니라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