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공급’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시장이었기에 전문가들은 취임 이후 강남 등 멈춰 섰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내 구청과 서울시의회 구성원 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크고 작은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선거공약으로 5년 안에 새 아파트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18만 5000가구)은 재개발·재건축·뉴타운사업 정상화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나머지 17만 5000가구는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7만 5000가구 ▲상생주택(장기전세주택) 7만 가구 ▲모아주택(도심형 타운하우스) 3만 가구 등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업계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건축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오 시장은 재건축단지 용적률과 한강변 아파트 층수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서울시 권한인 '35층 층고제한'과 '용적률 200% 제한'이 풀리면 강남권, 목동,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수혜가 전망된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재건축 추진 단지는 171곳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강남구 51개 단지(은마·압구정 구현대·신현대·한양 등), 양천구 목동 6개 단지(목동 신시가지 1~6단지), 여의도동 4개 단지(광장·미성·수정·시범아파트) 등 한강변에 다수 포진돼 있다.
강남권이나 목동뿐 아니라 노원구 상계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안전진단 단계인 재건축 단지 역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이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칫 서울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실제 여의도와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는 선거 이후 빠른 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호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오 시장이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지역들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반영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짝’ 상승세를 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 시장 취임 이후 기대감이 일부 시장에 반영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공급 물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지 우려했다. 임기가 1년 3개월 남짓에 불과한데다 서울시 의원 대부분과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장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하곤 나머지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8일 성명을 통해 “서울시민들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존중한다”면서도, “(오 시장에게) 그간 보여 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지기 바란다”고 견제했다.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 집값을 끌어올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거권네트워크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집 걱정 없는 서울 만들기 선거네트워크' 관계자는 “정비사업 규제를 폐지할 경우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소유자의 수익성만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낳아 주택 보유 유무에 따라 자산불평등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시기반시설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용적률 규제 완화로 도시의 활력이 저해될 우려가 있고, 고층·과밀화로 주거지역 내 주거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