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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 오나?...과거와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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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사이클 오나?...과거와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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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반도체는 올해 '슈퍼 사이클(대호황)'이 본격화 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소자 출하량이 1조 1353억개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3%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내셔널 리뷰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는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다. 1978년 전 세계에 326억 개가 출하된 이후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1조 개를 넘어선 상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새로운 시장 동력이 있어 더 많은 반도체 수요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자동차에서 PC, 게임 콘솔, 스마트폰과 같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런 반도체의 최근 부족 사태는 소비자 물가, 기업 이익, 고용, 인플레이션, 심지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총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가운데 500억 달러를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배정했다. 이를 통해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와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이 재원으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반도체 산업 점유율을 빼앗겨왔다.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자국 반도체 생산에 대한 본격 지원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 37%에서 현재 12%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아시아 편중 현상을 풀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독일·프랑스·네덜란드가 힘을 합해 최대 50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도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위해 투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 TSMC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향후 3년 간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족은 반도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iShares PHLX Semiconductor ETF(SOXX)'는 올해 들어 17%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TSMC, 엔비디아, 인텔, ASML, 브로드컴, 퀄컴, 마이크론,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TSMC는 대만 업체지만 ADR(미국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 역사는 투자자들이 이 업종에 투자하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컴퓨터 칩은 공급 부족이 과도한 자본 투자로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변동성 주기를 영구히 보게 된다. 제조업체들은 최소 9개월 전에 생산량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지연시켜 투자와 수익에 큰 변동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 분야 어느 곳에서도 반도체 산업만큼 경기 불황에 취약한 곳은 없었다. 호황기에는 가격이 오르고, 기업은 생산 용량을 늘린다. 반도체 부문은 현재 자본 주기의 "좋은 시기" 단계에 있지만 분석가들은 좋은 시기를 미래로 추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최근 급등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실적은 대부분 매우 불안정하고 약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심각한 공급 압박감과 정부의 재설계,육상 공급망에 대한 긴급함은 과거에 비해 반도체의 '더 오래 지속되면서 강력한 슈퍼사이클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긴급함"은 과도한 자본 투자에 쉽게 기여해 반도체 제조사들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정부의 개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 공급 과잉을 초래하여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산업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