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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생산 위해 농업용수 단수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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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생산 위해 농업용수 단수 '초강수'

TSMC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하루 6만3000t 이상의 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TSMC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하루 6만3000t 이상의 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TSMC
대만 정부는 이번 가뭄이 반세기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스마트 폰, 자동차 및 기타 현대 생활의 핵심 요소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공장에 엄청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대만 정부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으로서 고객에게 불편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물 부족 해소를 위해 물 절약운동, 우물 파기,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곳에서 반도체 제조공장까지 트럭으로 운반하기, 비구름 만들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왔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비가 오지 않아 물 부족이 지속되자 농업 용수까지 절약해 반도체 공장에 제공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식량은 수입해서 해결하고 농민 피해는 보상으로 해결하면서까지 세계 반도체 공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려 하는 것이다.

◇ TSMC, 하루 물 6만3000t 이상 소비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칩 시설은 남부 도시 타이난에 있다. 물 때문이다. 대만 남서부는 비교적 수량이 풍부해 농업의 중심지이자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가뭄으로 물의 양은 용량의 약 11.6%에 불과하다.

회사에 따르면 2019년 신주에 있는 TSMC의 시설은 하루 6만3000t의 물을 소비했으며, 주변 지역 저수지에서 공급되는 물의 10% 이상을 소비했다. TSMC는 그해 제조 공정에서 86% 이상의 물을 재활용했으며 재활용을 늘리고 다른 새로운 조치를 채택해 전년보다 360만t을 더 많이 절약했다고 ​밝혔다.

◇ 농업용 용수까지 절감하는 위기 상황


칩 제조업체는 칩의 기초를 형성하는 얇은 실리콘 조각인 웨이퍼를 청소하기 위해 많은 물을 사용한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이미 전자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장에 대한 물 공급 불확실성은 전 세계 경제의 중단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TSMC는 가뭄이 지금까지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밝히지만 물을 계속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대만 농민들은 첨단 기술 제조공장을 위해 큰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에 휩싸여 가정과 공장의 물을 절약하기 위해 수만 에이커의 농지에 대한 관개를 일부 차단했기 때문이다.

관개 중단으로 대만 토지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8만3000에이커 농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대만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농수까지 단수하는 초강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대만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농수까지 단수하는 초강수 정책을 펼치고 있다.


◇ 농업용수 차단에 대한 대만 농민들의 반응은 협조적인 편


“대만에 산업이 없고 농업에 의존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쯤 굶어 ​​죽었을 것”이라는 것이 현재 농민 상당수의 마음가짐이다. 정부는 소득 손실에 대해 재배자를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수확이 방해를 받으면 고객이 다른 공급 업체를 찾게 될 것이기 때문에 수년간의 저조한 수입을 감내할지도 모른다.

인근에서 농사를 하는 한 주민은 그동안 쌀농사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쌀을 제공해 수입을 유지해 온 것에 고마워하면서 일시적 위기에 정부와 반도체 제조 공장을 돕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민들의 자식들도 이 반도체 제조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장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상당수 농민들은 “비료는 점점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 살충제도 점점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라며 “자식들이 농부가 되는 것은 정말 최악입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만 국민들도 벼농사 보다 반도체가 대만과 세계 경제에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농민들에게 농사는 반도체 제조공장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물 부족이 대만 물 사용 개선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대만 수자원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가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물 사용 습관에 대해 너무 관대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가뭄을 계기로 간헐적으로 태풍이 오지 않아 물 부족을 겪은 경험 외에는 평소에 물에 대한 부족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때문에 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습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대만의 가정은 매일 1인당 약 75갤런의 물을 사용하는데 미국인에 비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만 수자원국은 이번 물 부족을 계기로 사회의 취약 계층에 대한 물 값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1800개의 물 집약적인 공장에 대해서는 물 값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