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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업계 "적자 각오했다"…콘텐츠 투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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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업계 "적자 각오했다"…콘텐츠 투자 사활

넷플릭스, 2%대 낮은 영업이익률에도 콘텐츠 투자 2배 이상
웨이브·티빙·시즌, 모기업 나서서 적극 지원…자체 제작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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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 등 국내에 서비스 중인 OTT들이 지난해 적자를 각오한 출혈 경쟁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쟁은 올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4155억원의 매출과 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300% 가까이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2.11%에 불과하다.
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1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85.2% 늘었지만 1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23.5% 늘었다.

왓챠는 지난해 매출 380억원에 영업손실 1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적자 모두 크게 늘었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직후 연말까지 매출 154억원, 당기순손실 47억원을 기록했다.

OTT 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더 확대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콘텐츠 론칭행사인 'See What’s Next Korea'를 통해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초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 자체 스튜디오 2곳을 임대계약했으며 오리지널 콘텐츠 숫자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특히 '지옥', '오징어게임', '고요의 바다' 등 블록버스터급 시리즈물부터 '모럴센스'와 '카터', '서울대작전' 등 첫 오리지널 영화까지 콘텐츠 제작을 확대한다.

웨이브 역시 800억원을 투자하는 데 이어 SK텔레콤을 통해 1조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다. 그동안 지상파, 종편 드라마에 투자하고 OTT 독점 공개를 해왔던 웨이브는 최근 정치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시작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도 강화하기로 했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JTBC스튜디오와 손을 잡았으며 CJ ENM의 제작 인프라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티빙이 올해 초 공개한 첫 자체제작 예능 '여고추리반'은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을 연출한 tvN 정종연 PD가 제작한 추리 예능이다. 또 백종원을 앞세운 오리지널 예능 ‘백종원의 사계’도 곧 선보인다. 이 밖에 나영석 PD와 김은숙 작가 등 스타 제작진을 대거 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된 영화 '서복'도 15일 극장과 티빙을 통해 동시에 공개했다. '서복'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하고 공유, 박보검이 주연한 영화로 CJ ENM의 연말 텐트폴 영화였다.

왓챠는 지난해 말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마쳤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의 2021 시즌을 정리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KT 시즌은 올레TV와 KTH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이를 위해 KT는 올해 초 콘텐츠 전문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바 있다.

지난해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 카카오TV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기존 OTT 플랫폼과 협업해 콘텐츠 공급사로써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OTT들의 이 같은 콘텐츠 투자는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하반기 국내 진출을 확정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풍부한 자체 IP를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넷플릭스조차 위협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서비스할 경우 국산 OTT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와 달리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점유율 갉아먹는 경쟁이 아니라 시장 규모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개 이상으로 서비스가 늘어나면 도태되는 회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90년대 후반 벤처 열풍에서도 살아남는 회사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결국 문을 닫았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살아남는 회사 외에는 모두 정리됐다. OTT도 그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