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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스가 정권, 미일 정상회담 겉으로 성공적, 실제론 대만-인권 문제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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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스가 정권, 미일 정상회담 겉으로 성공적, 실제론 대만-인권 문제 ‘무거운 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각) 오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각) 오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첫 대면인 미일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양 정상 모두 외교당국 간 사전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수수하면서도 건실하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야말로 주도면밀하게 준비 정상회담이었다. 예측 가능성이 없이 제 할 말만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막장’ 정상회담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 겉으로는 성공적 회담으로 보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미국은 대중 관계에 있어서 일본에 긴장을 요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대중국 전략의 중요한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둘째로, 3월의 외무·국방 장관 협의(2+2)는 그 전초전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셋째로, 대만 문제와 인권에 대한 스가 정권의 대중국 자세를 묻는 것이 이번 회담의 메인 주제였다.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난제가 제기됐을 때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미‧일의 협력 안건을 마련해 거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피해 왔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대미 외교의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이번 경우 일본이 주저하는 대만과 인권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피해 일본 측에서 주도면밀하게 마련한 것이 미국 측도 받아들일 만한 기후문제와 경쟁력 강화 ‘파트너십’이었다.

일본 언론의 사전 보도에서도 이런 예측이 나왔지만, 반드시 미국이 최우선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바이든 정권이 기후 변동 문제를 중시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해 마치 이것이 주요 의제의 하나인 것처럼 보도됐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보도를 보더라도 미국 여론의 관심은 기후변화에 쏠려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미국 측 핵심 의제는 ‘대만’과 ‘인권’

어디까지나 지금의 바이든 정권에 있어서 핵심 의제는 대만과 인권이었다. 미국에 있어 이번 정상회담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대중 정책의 핵심임에도 일본 측이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구색 맞추기’인 반면 나쁘게 말하면 ‘몰아붙이기’가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이었다.

3월의 ‘2+2’ 회담부터 주도면밀하게 착수해 가는 시나리오는 실무 중시의 바이든 정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 임명된 커트 캠벨의 의도라는 관측이다. 완성된 공동성명만을 표면적으로 읽어도, 그러한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전 준비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공동성명 문구를 만드는 데 진통을 겪은 것이 ‘대만’과 ‘인권’이란 의제였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은 ‘2+2 공동선언’에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라는 문구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에 좀 더 분명하게 요구하려 했다. 반면 일본은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2+2’선언에 머물도록 하려 했다. 그런 ‘줄다리기’의 타협의 산물이 최종 문구가 됐다.

인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2+2 공동 문서’에 더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을 미국은 요구했지만, 일본은 완강히 저항한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이 제재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구별을 분명히 하고 전통적 ‘대화 노선’을 고집했다.

이번 공동성명 문구에서 미국은 타협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의 존재다. 자칫하면 6월에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서밋)에서 일본은 고립될 수도 있다.

■ 스가 정권 무거운 숙제에 대응은 어떻게

일단 공동성명 문구는 합의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떤 의미에서 정상회담은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스가 총리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큰 숙제를 짊어지고 일본으로 귀국했다.

대만 문제에서는 일본이 중국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서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추궁당했다. 구체적으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만 유사시 후방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제한적인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사태에 해당하는가 하는 논의도 불가피하게 무거운 주제다.

인권 문제에서는 공동성명은 ‘심각한 우려’ 정도로 끝냈지만 어떠한 행동 혹은 행동의 준비도 필요해지게 되면서 국내에서는 친중파의 반대로 국회 결의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발뺌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발동 여부는 차치하고, 적어도 ‘행동의 준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권침해 제재법’의 제정을 목표로 한 초당파의 요구도 걸림돌이다.

■ 자칫하면 일본 기업에 불똥 튈 수도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기업의 행동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배제를 목표로 한 통상 정책을 생각하고 있다. 유럽도 기업에 인권 문제를 엄격하게 체크하는 것을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가운데 일본 기업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에 위기감을 품은 중국은 반발해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 등으로 견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에는 그야말로 ‘앞문의 호랑이, 뒷문의 늑대’인 상황이다.

중국은 즉각 강렬한 불만과 단호히 반대한다는 담화를 내놓으며 반발했다. 대만 문제도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도 중국으로서는 핵심 이익으로 삼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은 반영이 끝난 상태다. 3월의 ‘2+2 공동 문서’에 포함한 단계에서도 중국의 반발이 나온 상황에서 지금의 중국에 대해 반발이 없는 공동성명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중국은 일본을 향해 강온과 강온을 섞어가며 흔들 것이다. 중국에서 일본은 흔들기 쉬운 상대로 인식돼도 어쩔 수 없다. 중국 비즈니스를 볼모로 잡힌 산업계나 친중파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강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몇 곳의 본보기 타깃이 되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한 흔들기에 어떻게 정해진 대응을 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관건이다. 대중(對中) 자세를 이렇게 분명하게 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제 스가 정권은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됐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