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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한국의 2030세대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는 가상화폐 ‘투자 광풍’ 원인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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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한국의 2030세대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는 가상화폐 ‘투자 광풍’ 원인은 무엇?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을 치는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 ‘광풍’이 불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을 치는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 ‘광풍’이 불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BTC) 가격이 22일 오후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현황판 기준 전날의 7000만 원대에서 크게 밀린 65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 이후 하락 폭이 커지고 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 물량이 줄고 있어 상승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 ‘광풍’이 불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투자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모두 249만5천289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만 19세 투자자(20세 미만)들의 경우 예치금의 절대 규모는 작지만, 1분기 중 증가율이 전 연령대를 압도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넣어둔 예치금은 올해 1월 말 2516억6000만 원에서 3월 말 5675억3000만 원으로 125.5% 급증했다. 이 기간 전 연령대에서 고루 예치금이 늘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증가율이 높았다. 20대가 154.7%(346억 원→881억 원), 30대가 126.7%(846억 원→1천919억 원) 예치금을 늘렸다. 특히 20세 미만은 예치금 규모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작았지만, 증가율은 284.3%(2억5000만 원→9억6000만 원)로 가장 높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서울시에서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21일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고 사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제보된 암호화폐 사례로는 세계적 유명회사가 제휴사라고 선전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수익은 돌려막는 식으로 배분하거나 상장이 불명확한 코인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한 사례 등이 있다.

해외 산업 영역에서 암호화폐의 도입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젊은 층 투자를 유인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히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은 자사의 모바일 앱인 벤모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보관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사용자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 비트코인캐시(BCH) 등 4종류의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지갑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사용자가 간편히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은 ‘거품’이 아닌 ‘금’과 같은 자산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용한 투자 수단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우리 젊은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헤지펀드의 전설’로 꼽히는 밀러 밸류 파트너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밀러는 현지시각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 대해 ‘버블’이 아닌 주류로 진입 중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암호화폐의 랠리가 지난 2017년 변성과 크게 다르다”며 "현재 비트코인이 주류로 확고히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분석가인 제프 도먼 역시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보유한 비트코인의 물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며 “주말 간 발생한 큰 매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인출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뉴스비티씨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대량으로 인출되는 현상은 강세장의 시그널”이라며 “시중의 ‘스마트 머니’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바뀌어 인출돼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젊은 층이 위험한 가상화폐에 인생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극심한 취업난과 집값 폭등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정상적으로 벌어선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끌’의 표적을 부동산에서 코인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꿈과 희망이 사라진 현실에서 ‘한탕주의’로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심리다.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면서 이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어설픈 규제보단 더 큰 좌절을 막는 피해 보호 대책부터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 것은 부동산값 폭등도 한몫했다. 젊은 세대는 “부동산 가격을 내리겠다”는 정부를 믿었다가 ‘벼락 거지’가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가 무어라고 하든 ‘코인 거지’는 되지 않겠다고 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 꿈과 희망이 사라지면서 한탕주의가 꿈틀대고 있다. ‘노력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더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설픈 규제보단 청년층의 더 큰 좌절을 막는 피해 보호 대책부터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