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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코인 투자피해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정부방침에 잠 못 이루는 2030 세대와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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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코인 투자피해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정부방침에 잠 못 이루는 2030 세대와 주부들

국내외에서 연이어 터진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하면서 2030 세대와 주부들의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외에서 연이어 터진 악재로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하면서 2030 세대와 주부들의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경고를 날리면서 “투자자 보호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가운데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든 2030 세대와 재미 삼아 발을 들인 주부 등 ‘코린이(가상화폐 투자 초보자)’들이 매일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달러화로 거래되는 주요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0시4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10.5% 하락한 4만93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부터 5만달러를 깨고 내려갔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5만달러 안착을 못할 정도로 저가 매수의 힘도 강하지 않다. 이는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더리움도 13% 이상 급락하면서 2230달러선에 머물러 있고, 바이낸스코인은 14% 가까이 급락하고 있고 리플코인(XRP)도 20% 이상 급락 중이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도 업비트 기준으로 전날보다 4.39% 하락한 5732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8000만원 돌파 후 조금씩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결국 50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도지코인 역시 23일 오후 3시 현재(한국 시각 기준) 암호화폐 시황 중계회사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34.37% 폭락한 18.54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도지 데이’(4월 20일) 이전인 지난 16일의 24센트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시총도 246억 달러로 내려와 시총 8위로 주저앉았다. 도지코인 시총은 그동안 7위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폭등으로 한때 4위까지 치솟았지만, 가격이 폭락하면서 원래 자리보다 한 단계 낮은 8위로 추락한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가격 제한이 없고 365일 운영된다. 가격 변동성이 커 원금을 손실하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운이 좋으면 적인 돈으로 큰 금액을 벌 수 있어 불나방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좋은 구조다. 특히 알트코인은 비트코인보다 변동 폭이 더 크다. 비트코인을 주로 거래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알트코인 투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예탁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약 4조6200억 원으로 1년 전의 6배로 불어났는데, 90% 이상이 알트코인에 몰려있다. 그러나 알트코인은 투자 수익 기대만큼 손실 위험도 비트코인보다 더 높다. 도박과 비슷한 ‘폭탄 돌리기’ 식의 투기가 많아 그만큼 투자자의 손실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연초 도지코인은 10센트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던 도지코인이 4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개미들이 4월 20일을 '도지데이'로 정하고 도지코인을 매집하자 수직 상승했다. 지난 16일에는 43센트까지 급등, 사상 최고치를 썼다. 그러나 ‘도지 데이’ 이후 3일 연속 폭락해 18센트까지 내려왔다. 전고점 대비 100% 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웃자며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이 ‘눈물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소득세 인상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39.6%로 두 배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 증시는 물론 암호화폐 시장도 일제히 급락세로 돌변했다.

여기에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이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고에 나서면서 폭락장에 기름을 끼얹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암호화폐를 ‘내재 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로 규정하고, 암호화폐 투자자를 투자자로 볼 수 없어 정부의 투자자 보호란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도 내놨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글로벌 시세 하락 폭보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빠지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가격이 해외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인 ’김치 프리미엄‘(김프)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외국인들도 국내 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게 됐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김프‘는 지난 22일 오전 9시 약 13% 정도였으나, 23일 오전 9시에는 3%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재미로 암호화폐에 투자하다 맛을 들인 주부들과 국내 투자자의 60%를 차지하는 2030 세대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손실을 보면서 아연실색하고 있다. 최근까지 코인에 투자해 크게 벌었다는 ’성공담‘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인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이들의 사연도 적지 않다.

이날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방안을 묻자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사람이 ’투자자‘인가”라고 되물으며 “저희가 보기에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한,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내재 가치가 없다‘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은 위원장은 정부가 암호화폐 제도화에 부정적이라는 인식과 함께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 역시 투자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광재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2030 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쨌든 투기성 자산인 가상화폐는 제도권에서 규제받는 금융상품이 아니어서 보호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거래소 퇴출 과정에서 코인값이 폭락하거나 휴짓조각이 되는 피해가 속출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피해자들은 지금으로선 어디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 당분간 ’영끌‘ 2030 세대와 ’빚투‘ 주부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물론 ‘제도권 밖의 금융상품 투자에 따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하나 거래소 무더기 폐쇄의 부작용이 빤히 보이는 상황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가상화폐 양도차익에 20%를 과세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하루 거래가 30조인데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감독 사각지대로 두는 것은 책임회피이며, ‘코인 버블’이 미래 세대를 삼키기 전에 민·관이 협력해 가이드 라인을 내놓아야 할 때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