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업 경영진 보수, 코로나19도 건드리지 못했다

공유
0

기업 경영진 보수, 코로나19도 건드리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기업은 어려워졌지만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로 기업은 어려워졌지만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CEO. 사진=로이터
지면용 지구촌에서 전무후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난 1년간 코로나 사태가 극심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자택대기령이 발동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불가능했다. 봉쇄 조치까지는 아니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구촌 전역에 걸쳐 방역 수칙으로 요구되면서 기업의 생산활동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외식업에서 항공업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당연지사다.
코로나 사태로 특수를 누리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기업체들은 아직도 코로나 사태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마치 남의 일인양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진의 보수는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기업은 어려워도 CEO는 돈잔치”


NYT는 지난해의 경우 기업 경영진의 보수가 코로나 사태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어려워도 최고경영자(CEO)들은 돈잔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YT는 가장 비근한 사례로 737 맥스 기종의 잇단 대형 추락사고 이후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은 미국 보잉사를 들었다. 무려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3만명의 근로자를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보잉사 직원들을 분노케 한 대목은 따로 있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CEO는 2110만 달러(약 236억 원)에 달하는 보수를 지난해 챙겼다는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는 전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본인의 보수는 성역으로 남겼다는 것.

세계 3위 크루즈선 운항사인 노르웨이 크루즈라인의 프랭크 델 리오의 지난해 연봉은 2019년보다 두배나 많은 3640만 달러로 늘었다. 이 회사를 비롯해 전세계 크루즈 업계가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이 유독 CEO 보수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급격히 벌어진 CEO와 근로자간 소득 격차

NYT는 이같은 상황을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무료 급식소 앞에서 줄지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은 돈을 쓸어담고 있는 형국’에 비유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재벌 개혁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상당수 CEO들은 노동자를 정리함으로써 자신의 보수를 끌어올렸다”면서 “경영인의 자리에 오른 극소수의 사람들이 돈잔치를 벌이는 동안 나머지 절대 다수는 이를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력한 부유세 도입만이 해결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과 경영인이 챙기는 보수의 격차는 지난 수십년간 벌어져왔다. 미국의 개혁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기업을 기준으로 할 경우 현재 CEO 보수는 일반근로자 평균임금보다 320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9년 60배의 차이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격차다.

◇CEO 돈잔치의 배경


코로나 사태에도 CEO들의 돈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이른바 ‘주주 자본주의’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는 “노동자들의 이익에 반하더라도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주주 자본주의가 낳은 논리적인 결과”라면서 “경영진 보수가 높아야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주가가 좋으면 경영진 보수를 문제 삼지 않는 경향으로 흐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장 기업의 경영진들은 주식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에 반영되는 자신의 실적에 따라 보수를 챙기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주나 경영진이나 모두 이익을 보게 돼 있다는 게 주주 자본주의적 접근이지만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소외돼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경영진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CEO 돈잔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지적된다.

주요 기업들에 임원보수와 관련한 자문을 해주는 펄마이어의 재니스 쿠어스 컨설턴트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상당수 기업들은 코로나 여파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 주가 상승의 이익을 챙겼다”면서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기업체의 이사회에서는 ‘코로나는 우리가 잘못해 터진 일이 아니라 모두에게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