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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CEO 척 로빈스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산업계 생산 차질 최소 6개월 이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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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 CEO 척 로빈스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산업계 생산 차질 최소 6개월 이상 지속”

시스코의 CEO 척 로빈스(사진)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스코의 CEO 척 로빈스(사진)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거대 네트워킹 회사인 시스코의 CEO 척 로빈스가 컴퓨터 칩의 부족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의해 촉발되고 다른 요인이 겹치며 악화되는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기적인 반도체 칩 부족 기간이 6개월 더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업체들은 더 많은 용량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5G,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의 발전이 수요의 큰 증가를 견인함에 따라 그 용량의 확대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빈스는 반도체 부족 현상에 직면하는 업계의 대표로서, 인터넷트래픽의 85%가 시스코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현재로선 큰 문제”라며 “반도체가 사실상 모든 것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주요 반도체 칩 제조업체 인텔이 애리조나에 있는 두 개의 새 공장을 포함해 200억 달러(145억 파운드) 규모의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미국 주도로 재편되는 반도체 산업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금융서비스 및 투자 회사인 웨드부시 시큐리티(Wedbush Securities)의 기술 분석가 던 이베스(Dan Ives) 이사는 향후 수요에 대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보다 25%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3~6개월 동안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기술주가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사 제품에 대한 장기수요 증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를 장기적인 이슈로 보고, 이달에 재계 지도자들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통해 이 나라를 컴퓨터 칩 분야의 세계 리더로 만들 것을 촉구했다. 중국과의 무역과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그것이 “우선적이고 즉각적인 전략적 순위”라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반도체산업협회는 전 세계 제조능력의 75%가 동아시아에 있다고 말한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지배적이다.

유럽 정치인들은 또 대만과의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열망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국내산 칩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내수가 크게 늘었지만 세계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로빈스는 이에 대해 “여러 소스를 가지고 있는 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반드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인텔의 CEO인 팻 겔싱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서 그렇게 많은 칩을 생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업체) 자리를 고수하려는 의도로 향후 3년간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이번 주 설립자인 모리스 창 회장은 대만 정부에 자국 칩 산업 요구하면서 “비록 정부 보조금이 크지만, 미국이나 중국보다는 칩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위치”라고 주장했다.

칩 부족은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 더욱 심해졌다. 처음에는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많은 기업이 칩 주문을 줄였고, 이로 인해 공급업체는 용량을 줄였다. 그러나,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팬데믹 기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반도체 공장 화재와 기상 문제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로 인해 문제가 더 악화됐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의 폴 트리올로 지정학기술 연구 부문장은 이를 “세대 기술 변화가 업계에 유례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급의 다양성이 있는 한 칩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같은 부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반도체 제조의 집중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해 '전설적인 문제'다.

■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앞날은?

한편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 제재에 맞서 반도체 자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공급 경쟁력은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한참 뒤처진 수준이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TSMC와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이지만, 제조 기술을 비교하면 두 기업보다 몇 년 뒤처져 있습니다.

SMIC가 기술 격차를 따라잡으려 해도 미국의 제재 때문에 쉽지 않다. 2020년 미국 정부는 SMIC를 거래 제한 명단인 ‘블랙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기술과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길이 막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SMIC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장비 중 80%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지난해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에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의 반도체 생산 장비를 SMIC에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ASML은 SMIC와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해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해 12월 “미국, 또는 미국의 동맹국에서 생산한 장비가 없으면 중국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4월 초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미국의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성장할 수 없다. 중국은 지적 재산권 분야에서 뒤처져 있으며, 미국의 제재로 인해 다른 나라의 지적 재산권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이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는 시기가 5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