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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는 애플이 경쟁자라지만…쿡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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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는 애플이 경쟁자라지만…쿡은 "글쎄"

애플 팀 쿡 CEO. 사진=CNBC
애플 팀 쿡 CEO. 사진=CNBC
애플 팀 쿡 CEO(최고경영자)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사사건건 부딪쳤고 의견 대립을 일삼았다.

최근 저커버그와 쿡의 대립이 전면전으로 폭발했다. 애플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나 다른 앱들이 개인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아이폰 소유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기능을 출시했다.
페이스북 등 앱들은 소비자들이 이를 허용할 경우에만 타깃 광고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팝업 창으로 개인의 활동을 추적하는 것을 허용하겠냐고 물을 때 대부분 ‘No’를 선택할 것이 확실하다. 결국 페이스북 등 타깃 광고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페이스북 등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저커버그가 애플의 쿡에 대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쿡은 꿈쩍하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의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고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에 소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60세의 쿡은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애플을 최고 반열에 올린 세련된 경영자다. 36세의 저커버그는 자유발언과 진보적인 자세로 소셜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하버드 대학 중퇴생이다. 이들의 인터넷과 디지털의 미래 비전은 사뭇 다르다.

쿡은 사람들이 더 안전하고 사적인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애플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기를 원한다. 애플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사실상 무료인 ‘오픈’ 인터넷을 지향한다. 대신 사용자를 늘린 후 플랫폼을 통한 광고를 유치해 광고주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 대립할 수밖에 없는 사고의 차이다.

2017년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은 워싱턴의 한 정치 회사는 익명으로 쿡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한 작전을 폈다. 쿡은 2018년 MSNBC에 출연, 저커버그의 입장이라면 페이스북의 사생활 문제를 어떻게 다루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이런 상황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이번에도 새로운 정책을 적용하면서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기능에 대해 "우리는 사용자들이 앱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와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애플의 기능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애플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무료, 광고 지원 서비스는 인터넷의 성장과 활력에 필수적이다. 반면 애플은 모든 사람들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다시 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모바일 앱을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장치였다. 그리고 나중에 인스타그램과 메시징 서비스인 왓츠앱까지 포함된 페이스북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면서 상호간 견제과 경쟁은 심화됐다.

쿡은 페이스북을 더욱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이후, 연방 당국은 러시아인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미국 유권자들을 선동했다고 밝혔다. 2018년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의 폭로가 터지면서 페이스북의 사용자 데이터 수집 방식이 핫 이슈로 부각됐다.

쿡은 페이스북과 거리를 두기로 결정했다. 쿡은 2015년부터 사생활 문제를 제기했지만, 2018년에는 이를 전면 확대했다. 애플은 "사생활은 기본적인 인권이다"라는 새로운 기업 모토를 발표했다.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 정책은 이런 배경에서 출현한 것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이제 메시지, 모바일 게임, 혼합 현실 헤드셋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경쟁을 시작했다.

최근의 발언에서도 그들의 인식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저커버그는 애플에 대한 페이스북의 감정에 대해 "우리는 점점 더 애플을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 중 하나로 보고 있다"라고 올해 실적 발표에서 말했다.

그러나 쿡은 달랐다. 그는 "페이스북에 집중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하고 "애플이 어떤 면에서는 페이스북과 경쟁하지만 가장 큰 경쟁업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페이스북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