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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99% 재활용기술 '탈원전 새 이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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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99% 재활용기술 '탈원전 새 이슈' 되나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한·미 공동연구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보고서 5월 발표..."재활용 가능, 핵확산금지 충족"
원전 반대진영 "핵물질 재활용 아닌 재처리에 불과, 유럽·日은 추진 안해"...실제활용 가능성에 의문 제기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프라이드)' 내부의 원격취급시스템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프라이드)' 내부의 원격취급시스템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저장공간 포화상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를 99%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한국과 미국 연구진에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원전 반대론자들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의 실제 사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해 정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진영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원전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권위의 원자력 연구기관인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아르곤연구소는 사용후핵연료을 재활용하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경제적·기술적 가치가 있으며 핵확산 금지에도 충족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오는 5월 발간할 예정이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섭씨 500~650도의 용융염(소금과 함께 녹아있는 물질)에 폐연료봉을 분쇄해 넣은 뒤 전기화학 공정을 가해 폐연료봉에서 미처 핵분열하지 않은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 내는 기술이다.

분리해 낸 핵물질은 현재 개발 중인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분리해 낸 유용한 핵물질은 기존 폐연료봉의 부피의 99%를 차지한다. 기존 고준위폐기물 보관시설의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이고 보관시설 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았다는 게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치면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도 1000분의 1로 줄어들고, 처리과정에서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1년부터 현재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 통합된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공동 연구해 왔다.
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모든 공정을 연구, 실험할 수 있는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프라이드·PRIDE)'를 대전에 준공해 아르곤연구소와 함께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기술성·경제성·핵비확산수용성 등을 공동 연구해 왔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소듐냉각고속로와 연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형 신기술"이라며 "5월 보고서 발표는 지난 10여년 간 한·미 공동연구의 종합 결과물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통해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임을 입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원전 반대진영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본질이 여전히 핵물질 '재활용'이 아닌 '재처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실제 활용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분리해 낸 핵연료를 소듐냉각고속로에 재사용하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 역시 가동하면 핵폐기물을 배출한다는 게 탈원전 진영의 주장이다.

한국과 미국·중국·인도 등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 등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실제활용에 의구심을 갖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용화 시기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전 반대진영을 강조하고 있다.

원전 반대진영의 한 전문가는 "지금 소듐냉각고속로는 장전할 핵연료 시제품을 완성하고 오는 2028년까지 프로토타입 원자로를 만들 계획인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상용화까지 몇 십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아직 실체가 없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아무리 차세대 원자로라 하더라도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분리한 핵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또 다른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 말했다.

기술적으로 개발이 완료돼도 국제정치적 이유로 실제 활용이 가능할 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확산 금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국제적으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한국이 폐연료봉 재활용 권한을 갖게 되면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현재는 지난 10년의 연구 성과를 한·미 정부가 함께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하며 "두 나라 정부와 연구기관 모두 공동연구에 어떠한 결론도 내린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