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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왜 美 규제당국에 선전포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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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왜 美 규제당국에 선전포고했나

美 규제당국 "규범 무시한다" vs 일론 머스크 "혁신 방해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혁신의 아이콘’으로 세계 1~2위 부호 자리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금융시장의 질서를 감독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헤지펀드 같은 월가의 주류 기관투자자들에 휘둘리고 있다고 공식비판하고 나서면서 관련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일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규제당국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28일(이하 현지시간) 진단했다.
정해진 규범이나 규정에 가두려는 규제당국과 그런 규제가 혁신에 방해가 된다고 믿는 일론 머스크 사이에 물밑으로 누적된 불만이 수면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것.

◇일반 기업총수들과 크게 다른 길 걸어와


WSJ는 “기업 총수들은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는 것을 최대한 피하거나 최소한 규제당국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애를 쓰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면서 “잘못을 저질러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는 기업들이 많은 경우 벌금을 내고 문제점을 시정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머스크 CEO의 경우는 규제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일각에서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구습을 타파하는 혁신가로 떠받드는 분위기가 있는 정도라고 WSJ는 분석했다.

머스크가 지난 27일 트윗을 통해 밝힌 정부 규제에 대한 시각은 그의 철학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이 트윗에서 “나는 99.9%의 경우 규제당국에 대해 이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전제했다. 규제당국의 권위를 당연히 인정하며 평상시에 커다란 불만은 없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하지만 이견이 혹시라도 있는 경우가 있다면 기존 규제에서 예상하지 못한 신기술 문제 때문”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기술 혁신에 규제당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현실 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발언이다.

◇규제당국들과 전방위적으로 부딪혀


머스크 CEO가 SEC에만 특별히 불만이 있어서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상장 폐지 논란을 일으킨 것이 문제가 돼 SEC의 조사를 받았고 결국 벌금 2000만달러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치욕을 당한 적이 있는 만큼 SEC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SEC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산업을 관장하는 여러 규제당국들과 전방위적으로 마찰을 빚어온 흐름이 그의 현재 행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현재 머스크가 경영하는 기업 가운데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마찰을 빚고 있지 않은 곳부터 있는지 따지는 게 쉬울 정도다. 특히 테슬라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경우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사안이 많아 관련 규제당국들과 옥신각신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아 탑승자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테슬라 자율주행(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켜진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포함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으나 머스크는 사고 차량에 오토파일럿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우주선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X도 미 연방항공청(FAA)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선 스타십의 시제품을 시리얼 넘버9(SN9)까지 개발하고 시험 발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FAA가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서 시험 발사 계획을 허가하지 않고 조사에 착수하자 머스크가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그나마 FAA 소관분야 중 항공업계는 그나마 양반이지만 우주산업은 근본적으로 엉망진창인 규제 아래에 있다”면서 “이같은 규제 속에서 인류가 화성에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