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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공개했지만...‘깜깜이 공시가격' 불신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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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공개했지만...‘깜깜이 공시가격' 불신만 키웠다

적정시세·시세반영률 빠져 있어 ‘맹탕 공개’ 비판...급등한 공시가 불만 재우기 역부족
전문가 “주택특성 배점 수치로 알리고, 지자체와 조사 역할분담으로 신뢰도 높여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 지 확인할 있는 근거 자료가 지난달 29일 공개됐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의 강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처음 공개한 공시가격 산정 근거 자료에서 공시가 산정의 핵심인 개별주택의 적정시세,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내용을 밝히지 않아 ‘맹탕 공개’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공시가 산정 자료는 크게 ▲공시가격 ▲주택특성 자료 ▲가격참고 자료 ▲산정의견 등 4개 항목으로 구분해 제시됐다.

주택특성 자료는 다시 주변환경·단지특성·세대특성으로 세분화됐고, 교육시설·교통시설(지하철)·용도지역·주차대수·사용승인연도·건페율·용적률·공시면적·해당 세대수·방향 같은 구체적인 정보들이 담겼다.

가격참고 자료는 같은 단지 내 해당면적의 최근 실거래 사례가 기재돼 있다. 또한, 한국부동산원이 관리하는 주택 시세정보 사이트 '부동산테크'의 지난 1월 기준 상한가·하한가 정보도 적시됐다.

산정의견에는 공시가격을 산정하게 된 기준 관련 종합의견이 서술돼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시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정 시세’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적정시세의 몇 퍼센트를 반영해 공시가격을 매겼는 지를 알 수 있는 시세 반영률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전국 평균 19.05% 급등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에 지방자치단체와 주택 소유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최초로 산정기준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같은 국토부의 공언과 달리 내 집의 공시가격 수준이 어떤 근거로 책정됐는지 일반국민들은 여전히 알기 어렵고 접근도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공개한 공시가 산정 기초자료만으로는 국민들의 '공시가격 불신 또는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만큼 정부가 더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담세자인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좀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이의신청도 역대급인 전국 4만 960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만 7410건보다 무려 32.5% 급증한 수치다. 더욱이 올해는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강북권, 수도권, 지방 아파트단지 주민들도 국토부에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공시가격 집단반발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올해부터 기초자료를 함께 내놓긴 했지만, 공시가격 산정기준이나 배점 같은 이해나 체감이 큰 자료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수요자가 알기 쉽게 주변 환경, 단지특성, 세대특성 등 주택 특성 자료의 배점기준 등을 계량화 수치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시가격 논란이 되풀이되자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제주도와 서초구 등 야당 소속 지자체들은 정부에 ▲공시가격 산정근거의 투명한 공개 ▲공시가격 전면 재조사 ▲부동산 가격공시 결정권의 지자체 이양과 제주도·서초구 시범지구 지정 등을 건의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 현재 인력만으로 전국의 아파트 공시가격을 조사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정부가 공시가격 관련 평가 기법을 개발하고, 각 지자체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공시가격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시가 산정 기초자료.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공시가 산정 기초자료. 자료=국토교통부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