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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트럼프 계정 중단 잘한 일' 페이스북 감독위 결정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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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트럼프 계정 중단 잘한 일' 페이스북 감독위 결정에 '멘붕'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로이터
미국 국민 입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는 끝났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지만 페이스북에게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페이스북은 후폭풍에 휘말리는 국면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무기한 정지시킨 조치에 대해 내부 감독기관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곤란하게 하는 결정이 나온데다 외부적으로는 공화당이 페이스북을 아예 없애야 한다면서 펄펄 뛰고 나섰기 때문이다.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자체 감독기관인 페이스북 감독위원회는 페이스북이 지난 1월 미 연방의사당 난입 폭력 사태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글을 문제 삼아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지난 1월말 무기한 폐쇄한 조치에 대해 심의를 벌인 결과 정당한 조치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른바 ‘페이스북내 대법원’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감독위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운영과 관련한 자문을 위해 지난해 외부 전문가 20명으로 꾸려져 출범한 조직이다.

◇저커버그에게 다시 돌아온 공


페이스북 감독위의 결정이 저커버그 CEO를 곤혹스럽게 하는 이유는 그가 트럼프의 계정을 중지시킨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영구적으로 중지시킨 것은 과도한 조치였다면서 앞으로 6개월 안에 이 문제를 저커버그가 매듭지을 것을 그에게 권고했기 때문이다.

무기한 정지시킨 것은 영구적으로 정지시킨 것이고 이는 과도한 조치였다면서 주어진 시간 동안 최종적인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을 페이스북에 요구한 것.

트럼프에 내린 조치에 대해 감독위가 잘 마무리해줄 것을 속으로 기대한 저커버그 CEO에게 감독위가 공을 되돌려준 형국이 됐다면서 저커버그가 정해진 기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전했다.

감독위가 “페이스북이 트럼프 계정을 차단한 것은 적절했지만 명확한 처벌 규정을 비롯해 마땅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은 과잉의 원칙에 맞지 않는 조치였다”면서도 “페이스북이 영구적으로 차단한 조치를 내린 뒤 감독위로 회부한 것은 페이스북이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이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감독위는 그러면서 트럼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문제는 향후 6개월 안에 페이스북이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트럼프 문제로 시달릴 생각이 없었던 저커버그 CEO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저커버그가 당초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독위를 설치키로 한 것도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의 운영과 관련한 문제를 본인이 유일한 최고결정권자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내부 감독기관에게 최종적인 마침표를 찍어 이 문제를 마무리할 요량이었는데 공이 되돌아온 셈이다.

저커버그가 6개월 안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저커버그 입장에서는 또다른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공화당 “페이스북 문 닫게 해야”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친정인 공화당 측에서는 페이스북 감독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고 폭스뉴가 보도했다.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테네시주)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페이스북의 결정은 지극히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페이스북이 표현의 자유와 공론을 위한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기보다는 거대한 민주당 외곽조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나머지 보수진영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화당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예고했다.

트럼프의 오랜 측근인 코리 르완도스키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비롯한 유력 소셜미디어는 이율배반을 저질러 왔다”면서 “공화당 같은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자신들과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민주당 같은 리버벌 진영에 대해서는 그런 차별을 하지 않아왔다”며 감독위의 결정을 비난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대통령 비서설장을 지낸 마크 메도스도 “오늘은 미국에게는 슬픈 날”이라면서 “페이스북이 독과점을 하고 있다면 해체하는게 맞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미 의회 내부에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