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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칩 기근...더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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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칩 기근...더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부족이 전 세계 산업계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칩 부족 사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부족이 전 세계 산업계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칩 부족 사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반도체 부족이 자동차 회사들과 기술 대기업들을 강타하면서 전 세계 산업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칩 부족 사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칩을 쉽게 더 많이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반도체 제조 설비를 구축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수십억 달러가 소요된다. 더 어려운 점은, 제조 전문성이 경쟁업체보다 떨어질 경우 상품 경쟁력이 형편없이 저하돼 경제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인텔의 전 CEO 크레이그 배럿도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장치라고 불렀다.
이는 근본적으로 전 세계가 반도체 자급자족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최근 5개년 계획에서 칩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국내 제조업을 되살려 안전한 미국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심지어 유럽연합도 자체 칩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칩을 제조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거대한 공장, 클린룸, 수백만 달러 규모의 기계, 화학물질, 레이저 등이 포함된다. 최종 목표는 평범한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 웨이퍼를 가공, 전화 컴퓨터 자동차 세탁기 등 전자 회로의 기초를 형성하는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가 연결된 스위치 네트워크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도 손톱만한 칩 속에 말이다.

개별 트랜지스터는 바이러스보다 몇 배 더 작다. 한 개의 먼지만으로도 엄청난 혼란과 수백만 달러의 노력이 낭비될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는 클린룸을 사용한다.

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는 끊임없이 여과되고 극소수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 칩 생산 라인에 한두 명 이상의 작업자가 나타나는 것은 잘못된 신호일 수 있다. 반도체 설계와 개발 뒤에 숨겨진 진짜 천재들은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한다.

칩은 100겹이나 되는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은 퇴적되고 부분적으로 제거되어 모든 작은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복잡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한다. 이 층의 상둥수는 단지 한 개의 원자 두께일 뿐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램 리서치, 도쿄 일렉트론 등 반도체 제조장비 회사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온도, 압력, 전기장과 자기장 등 많은 변수들을 놓고 씨름한다.

공정에서 가장 어려운 장비는 ASM이 만드는 리소그래피다. 이 장비는 초미세 레이저를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패턴을 만든다. 이 패턴들이 결국 트랜지스터가 된다. 이것은 모두 마이크론 단위에서 일어나며 우주에서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극단적인 자외선을 이용한다.
아무 반도체 업체나 이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재 기술자들이 모여 먼저 칩을 설계해야 하는데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회로가 천문학적으로 가늘어야 한다. 전깃줄을 상상하면 된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의 굵기의 선(회로선폭이라고 한다)으로 손톱만한 칩 속에 배선해야 한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면서다.

반도체는 거대한 설비와 투자, 설비 이상의 기술개발, 이들을 가능하게 하는 전문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제품이다. 지금의 구조적인 칩 부족현상이 상당기간 해소될 수 없는 이유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