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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올해 베트남 시장 장악 日 브랜드 따돌리는 원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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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올해 베트남 시장 장악 日 브랜드 따돌리는 원년될 것"

[베트남 자동차 대전②] 도요타 왕좌에서 끌어내린 현대·기아차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쟁이 본격화 됐다.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은 어느새 아세안 국가들 중 3,4위권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의 급격한 성장에 힙입어 자동차가 고급 소유물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마이카(My Car)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십수년간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도요타로 대변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근래 수년간 급성장한 한국의 현대-기아차 모델들에게 선두자리를 내주며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거기에 '메인드 인 비엣남(Made in Vietnam)'을 내세우며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나선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Vingroup)의 자동차 브랜드인 빈패스트(Vinfast)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이코노믹은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선두로 올라서는 원년이 될 2021년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3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 주>


2021년 연초부터 좋은 소식이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1위, 기아차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발표가 시작됐던 지난 2014년 이후 일본차가 독점해오다시피 하던 베스트셀러 ‘톱10' 역시 절반 가량을 한국차 브랜드가 차지했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는 2021년 2월까지 누적 자동차 판매량을 집계했는데 현대차가 9079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어 기아차가 6974대로 2위에 올랐다.

지난 10여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일본 도요타는 6848대로 3위, 미쓰비시가 4605대로 4위로 내려 앉았다. 눈에 띌만한 순위는 베트남의 자국 브랜드인 빈그룹의 자동차 자회사인 빈패스트가 4519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5위에 올라선 점이다.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여년 만에 올린 쾌거다. 그 뒤로 마쓰다(3869대), 포드(2686대), 스즈키(1485대), 푸조(893대), 이스즈(747대) 순이었다.

현지의 전문가들은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몇년간 한국 자동차들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지인들도 현대차・기아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베트남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을 따돌리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시장을 점령해온 일본 자동차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에는 몇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한국차는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자국 자동차 시장을, 합리적인 가격, 탁월한 장비, 특별한 문화가 지배하는 곳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 일본차에 비해 품질이 의심스러운 저가형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국차는 이제 시장의 선두에 서있다.

■ 대우 ‘마티즈’로부터 시작된 한국 자동차의 신화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한국차’는 1998년 현지에 출시한 대우의 소형차 마티즈였다.

당시 대우 마티즈는 한국의 대우그룹과 베트남 국방부 산하 7983 기계조합기업의 합작사에서 유통했다. 고급 스쿠터보다 약간 높은 가격인 1만달러(1억3000만동)에 판매한 마티즈는 베트남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크게 바꿔놨다.

마티즈 덕분에, 베트남인들에게 자동차는 '평생의 소원, 귀중한 재산'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구매 가능한 생활용품'이 됐다.

저가형 자동차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한 지 20년이 지난 2018년부터는 현대차가 바통을 이어받고 판매량 기준으로 일본차를 턱밑까지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아차 역시 현대차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현대차의 베트남 현지 합작사인 현대탄콩과 기아차의 위탁 생산업체 타코(Thaco)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 그랜드i10, 액센트, 투싼, 산타페, 기아 쎄라토가 베트남 자동차 베스트셀러 10위안에 항상 포진해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총 6만3,526대를 팔아, 6만5856대를 판매한 도요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9년 현대차의 판매량은 7만9568대로 급증, 7만9328대를 판매한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기아차는 3만103대를 팔아 혼다, 마쓰다, 포드, 미쓰비시 등 다른 주요 브랜드와의 차이를 좁혀갔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가 국산차 등록세 50% 감면 조치를 실시하자, 현대차는 현지 조립업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새로운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인상적인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엑센트 신버전을 출시하는 한편, 도시형 CUV가 인기를 끌던 당시 코나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 현대차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 1위를 지켰다. 그 결과 2020년 현대차의 총 판매량은 8만1368대로, 7만692대를 판매한 2위 도요타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놨다.

기아차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출시된지 1년 남짓한 소형SUV 셀토스를 베트남 국내 조립 및 유통 모델로 전환하고, 4세대 쏘렌토를 선보이는 등 베트남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타코는 준중형 모델 개발에 집중하던 마쓰다 대신 기아차 조립 및 유통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했다. 이러한 전략에 힙입어 2020년 기아차 판매량은 3만103대에서 3만9180대로, 2019년 대비 약 1만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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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의 경차에서 세단-SUV 고급화 시작한 한국차


한국차는 주로 일본차보다 낮은 판매가를 무기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디자인, 성능, 내구성, 편의성, 안정성 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실제 2월 베트남 자동차 판매 베스트셀러 ‘톱10'을 보면 가장 많이 팔리던 현대 경차 i10은 513대로 10위에 겨우 턱걸이 했다. 그동안 현대i10은 항상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소형차 모델인 엑센트가 그자리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지난해 최고급 세단인 제네시스G90모델을 다낭에서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기아차는 전략적으로 내놓은 셀토스가 1월에 베스트셀러 톱10순위권이 들더니 2월에는 단숨이 2위로 올라섰다.

한국 문화 커뮤니티처럼 한국차 브랜드 사용자들만의 커뮤니티도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3회 현대 축제(Hyundai Fest 3)에는 많은 현대차 고객들이 참가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이제, 한국차와 일본차의 품질,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차와 일본차의 중고 거래 가격 역시 별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차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향후 일본차 기업간 품질 및 가격인하 경쟁은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소비자들은 질좋은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도요타 베트남의 독점시대 ‘종결’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크게 변동하지 않았으므로, 한국차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했다는 것은 다른 자동차 기업은 시장을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2~3년간 판매량이 가장 크게 감소한 브랜드는 혼다와 도요타다. 실제로 다양한 차종에서 한국차들은 일본차들을 압도하고 있다.

2021년 2월 가장 많이 팔린 세단 ‘톱5’에서 현대 엑센트가 1등, 기아 솔루토가 4위를 차지했다. 혼다 씨티와 토요타 비오스는 2,3위를 기록했다. SUV와 크로스오버 차량은 한국이 강세다.

기아 셀토스(1012대)가 2위 토요타 크로스(726대)를 여유있게 따돌렸고, 3위는 마츠다 CX-5(551대)가 차지했다. 그 뒤로 현대 싼타페(412대), 기아 쏘렌토(306대) 순이었다.

전 차종에서 절반이상 현대기아차가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기아차에 밀린 혼다는 베트남에서의 주력 모델이 시티, CR-V 등 2개뿐이라, 판매량이 2019년 3만3102대에서 2020년 2만4418대로 약 1만대 감소했다. 지난 2020년 베트남 혼다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 감소한 2만4418대였으며, 시장 점유율은 9.8%에서 7.3%로 줄었다.

혼다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모델로 베트남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준중형 SUV CR-V를, 작년 4월에서야 베트남 현지에서 조립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가 작년 6월말부터 시행한 국내 생산차 등록세 50% 감면 조치에 따른 매출 증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에는 늦은 시기였다. 때문에 베트남 혼다는 작년에도 부진한 영업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도요타는 다양한 제품 라인을 보유하는 상황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비오스(Vios)외에 알티스( Altis), 이노바(Innova), 포츄너(Fortuner) 등은 점차 인기를 잃고 베트남 시장 베스트셀러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작년 4분기, 도요타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은 2만9,583대로, 전분기 대비 86%, 2019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그럼에도 2020년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7만692대에 불과해 베트남에서의 도요타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요타는 지난 2019년, 코롤라, 이노바, 포튜너 등 베트남 국내 조립차 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완성 수입차 모델 그란비아와 코롤라 크로스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국내 생산차 등록세 50%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도요타 국산차 모델의 판매가 감소하면서 2020년 베트남에서의 도요타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요타는 현대, 타코, 빈패스트를 포함한 주요 경쟁사 3개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이 자동차 브랜드들은 도요타보다 다양한 옵션의 저가형 모델을 다수 출시했다.

한국차와의 경쟁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차 브랜드는 변신에 나섰다. 도요타는 지난해 베트남에거 소형 해치백 코롤라크로스(Corolla Cross)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출시했다. 또한, 외관에 변화를 준 포츄너와 하이럭스(Hilux)를 베트남에 들여 왔으며, 올해안에 액센트의 경쟁 모델인 비오스 신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베트남에 새로운 모델을 들여오면서 마케팅에도 변화를 줬다. 일례로 포추너와 히이럭스의 패션 버전(Fortuner Legender, Hilux Adventure sport)과 코롤라크로스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버전(Corolla Cross 1.8HV)을 출시,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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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치열한 주력시장 소형차도 한국에 밀려


베트남 경차(A세그먼트) 시장에서 일본차들이 계속 열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경차 부문에서는 현대, 빈패스트 등 한국차와 베트남 토종 브랜드가 일본차를 앞서고 있다.

다만 소득 증가에 따라 베트남내 고급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형차(B세그먼트) 이상 시장에서는 일본차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2월말까지 혼다 브리오(Brio)의 누적 판매량은 976대였다. 베트남 토종 완성차 빈패스트의 경차 파딜(Fadil)은 총 2836대가 팔렸다.

2월 한달동안은 전월 대비 600대 감소한 1,090대가 팔렸지만, 시장 1위에 등극했다. 올해초부터 2월말까지 현대 i10은 1,906대, 기아 모닝은 846대의 판매량을 기록, 여전히 일본차를 앞서고 있다.

베트남 경차 시장에서 일본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디자인과 높은 판매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도요타의 위고(Wigo)는 2018년 9월 베트남에 처음 들어왔을때 ‘1998년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 모델보다 디자인이 단조롭고 옵션이 적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난 2018년 8월 출시된 혼다 브리오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브리오의 G버전은 4억1,800만동, RS버전은 4억5,200만동이다.

반면, 빈패스트 파딜은 4억2,500동이지만 모기업인 빈그룹이 부동산 자회사인 빈홈즈의 아파트 구매 바우처와 2년 무이자 할부 등 판매가를 상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다른 경쟁모델인 현대 i10의 판매가는 3억 1500만동~ 4억1500만동이다.

작년 누적 판매량은 혼다 브리오가 2,906대, 도요타 위고는 2561대다. 경쟁 모델인 빈패스트 파딜은 1만8000대, 현대 i10은 1만7500대다.

한편, 최근 몇년간 경차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현대 i10와 기아 모닝의 판매량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수요가 고급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시장은 경차에서 소형차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판매량 기준 베트남 자동차 시장 베스트셀러 10위안에 소형차 5개가 이름을 올렸다.

5개는 도요타 비오스 (554대), 혼다 시티 (613대), 현대 엑센트 (915 대) 등 세단 3개와 기아 셀토스(1012대), 도요타 코롤라크로스(726대) 등 크로오버 2개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