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식품칼럼에 주로 싣는 글의 대상은 무얼까? 아마도 대부분 '세상'이거나 '나'와 '세상'일 것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대상이 '나'도 아니고 '세상'도 아닌 식품칼럼 글을 쓸 수는 없을까? 한번 시도해보기로 하자.
우리도 죽고 호랑이도 죽는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든, 호랑이든, 미생물이든 다른 유기체의 먹이가 되든가, 아니면 무기물이 되어 식물의 먹이가 될 것이다.
생명체는 이렇게 돌고 돈다. 돌고 돌면서도 질량보존의 법칙과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구라는 '닫힌계' 안에서 그러하고, 태양계 안에서든 은하계 안에서든 그러할 것이다. 생명도 과학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김도현 교수의 최근 저서 '신학, 과학을 만나다'에 따르면, 우주 처음의 질량이나 에너지는 우주의 현재 질량이나 에너지와 같고, 우주의 기본입자들은 빅뱅 이후에 새롭게 생기거나 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한다. 즉 나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전자, 양성자, 중성자들은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빅뱅 초기에 만들어진 원자들이 나의 몸을 구성하고 있고, 현재 나의 몸을 구성하는 그 원자들은 나의 죽음 이후 나의 몸으로부터 분해되어 언젠가 또 다른 존재의 몸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몸의 나이는 우주의 나이와 같은 138억 년이고, 나의 몸의 에너지는 138억 년 전 우주 탄생 때 에너지의 일부라는 것이다.
나의 몸만 그러하겠는가? 먹고 먹히면서 공존하는 모든 생명체의 몸이 그러할 것이다. ‘일미우주(一米宇宙)’ 즉 쌀 한 톨에 우주가 들어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 표현은 비유이기도 하지만, 위의 이론에 따르면 사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빅뱅 초기에 만들어진 원자들이 쌀 한 톨을 구성하고 있고, 현재 쌀 한 톨을 구성하는 그 원자들은 쌀 한 톨의 죽음, 즉 밥이 된 이후 분해되어 언젠가 또 다른 존재의 몸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