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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이해력’ 갖춰야 노후도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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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이해력’ 갖춰야 노후도 든든

우리나라 직장인 연금이해력 낙제수준
노후자산관리로 수익률 개선해야

3050연금이해력 측정결과, 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3050연금이해력 측정결과, 자료=미래에셋자산운용
1454조 원, 우리나라의 공•사적연금 규모다. 국민연금이 834조 원, 퇴직연금이 256조 원,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적립금은 각각 152조 원, 213조 원에 이른다. 단지 규모 뿐 아니라 연금이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2020년 2분기)에 따르면 가계의 금융자산 중 보험•연금이 31.9%를 차지한다. 현금흐름으로 보아도 비중이 만만치 않다. 연봉 5000만 원인 직장인이 매년 국민연금에 450만 원(급여의 9%), 퇴직연금에 415만 원(급여의 8.3%), 연금저축에 400만 원을 납입한다면 연간 납입액은 약 1265만 원에 달한다. 1년 중 2~3달치 월급이 연금에 쌓이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커진 연금자산 비중만큼 연금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으로 개인의 관여도가 높지 않고, 연금저축은 대부분 세제혜택 목적으로 가입하므로 운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퇴직연금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관행적으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다 보니 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연금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인 것이다. 개인의 올바른 금융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이해력’을 테스트하듯, 연금가입자의 ‘연금이해력’을 현 시점에서 긴급히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금이해력’은 연금에 대한 지식과 연금 활용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에서 차용한 개념인데, 본래 금융이해력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금융 관련 개념에 대한 지식 등’ 을 뜻한다. 연금이해력은 노후소득 창출에 주된 목적이 있는 ‘연금’에 초점을 맞춰 금융이해력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초라한 연금이해력 성적, 연금자산 운용에 장애물


지난 2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서 최초 개발하고 진행한 연금이해력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부족한 연금이해력 현실을 보여주었다. 전국 30~59세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연금이해력 평점은 100점 만점에 47.6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퇴직연금,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공적연금 외 기타’의 부문으로 구성된 40개 테스트 문항 중 평균적으로 19문항도 채 맞히지 못한 셈이다. 연금수급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는 50대의 평균 점수도 50점을 넘기지 못했다.

연금이해력의 취약성은 연금 운용, 인출 단계 그리고 IRP 관련 지식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퇴직연금과 IRP에서의 투자•운용과 관련된 문항의 정답률은 20% 내외에 머물렀다. 이는 고질적인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과도 연관되는 결과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2~3%를 맴도는 원인은 연금자산의 80% 이상이 저금리의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우쳐 있기 때문인데, 연금가입자가 운용이나 투자와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다면 자산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금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낮은 운용수익률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셈이다.

한편 연금을 납입할 때 필요한 지식의 정답률(60~70%)에 비해, 연금을 받을 때 필요한 지식의 정답률은 30~40% 수준으로 현저히 낮았다.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본래 목적인 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아가는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연금 납입과 인출계획을 별도로 보고,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않은 결과다.

IRP에 대한 이해도가 유독 낮은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IRP부문의 평균 점수는 39.2점에 불과했다. 연금저축 55.1점, 퇴직연금 51.7점, 공적연금 등 기타 44.5점 등 다른 부문에 비해 낮은 성적이다. IRP 이해도가 낮은 데에는 다른 연금보다 도입 역사가 짧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RP는 2017년 이후부터 가입대상이 소득이 있는 개인 대부분으로 확대됐을 뿐 아니라, 퇴직급여 수령 및 운용을 위한 핵심 연금 계좌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어 향후 IRP 이해도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IRP의 경우 특히 연금저축과 연계하여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이해도도 낮은 편으로, 각 연금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는 면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노후자산관리’라는 통합프레임의 연금 이해 필요


연금을 활용해 노후생활의 토대를 든든히 하려면 근본적으로 연금을 바라보는 프레임을‘노후자산관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세제혜택과 같은 좁은 프레임에 갇히면 노후자금 마련이나 장기 운용성과와 같은 핵심 목표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우선 과제는 ‘연금 운용 지식’의 업그레이드이다. 예금 금리가 높던 시기에는 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만으로 운용할 수 있었지만, 제로 금리 시대에는 수익률 개선을 위해 장기투자 상품을 적극적으로 편입해 연금을 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을 투자하기 위한 기본지식은 물론, 다른 금융상품과의 세제적 차이나 장기 연금 투자의 특징 등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연금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연금 간 유기적 관계에 초점을 두어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 노후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려면 한 가지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액도 모자라지만, 각 연금마다 기능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금보험은 종신형으로 수령하여 장수위험에 대응할 수 있으며,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적극적인 운용으로 물가상승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이들 연금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금 인출단계의 지식을 강화해 연금체계 이해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연금을 납입하는 것이 ‘입구관리’라면, 연금을 인출해 사용하는 것은 ‘출구관리’에 해당된다. 연금의 납입부터 인출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로드맵을 먼저 그려두어야만 연금 운용 도중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인출단계의 연금수령액 등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달성 확률도 커진다. 수명연장으로 인해 은퇴 후 삶의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인출 단계에서도 연금자산 운용을 필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출단계에서의 자산운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족한 연금이해력은 행동경제학 ‘넛지’로 보완해야


개인이 연금이해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금이해력이 높지 않은 사람도 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제도도 필요하다. 디폴트옵션이나 자동운용상품과 같은 행동경제학 ‘넛지’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연금선진국에서는 이미 각각 적격디폴트옵션(QDIA, MySuper)이라는 이름의 디폴트상품을 통해 연금에 대해 잘 모르는 가입자도 투자선택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만, 적격 디폴트상품은 단기 원리금보장상품이 아닌 생애주기펀드(TDF)와 같이 생애설계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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