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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식업계 구인난, 근본 이유는 '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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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식업계 구인난, 근본 이유는 '저임금'

외식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미국의 시민운동단체 회원들이 '리벳공 로지'를 본뜬 외식업계 근로자의 상징물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리벳공 로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군수 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외식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미국의 시민운동단체 회원들이 '리벳공 로지'를 본뜬 외식업계 근로자의 상징물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리벳공 로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군수 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완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외식업계가 손님을 다시 맞을 채비를 하고 있으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미국 언론을 통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10일(현지시간)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구인난의 근본적인 배경에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식업계 노동자는 저렴하게 부려먹어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구인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식업계 구인난과 최저임금의 관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20여만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보장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겸 싱크탱크 원페어웨이지(OFW)가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는 미국 외식업계가 왜 구인난을 겪을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알려준다.

OFW가 외식업계 근로자 2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다른 직종의 직장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반 이상이 더 이상 외식업계에서 종사할 뜻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중요한 점은 외식업계를 뜨겠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76%가 그 이유로 ‘저임금 때문’이라고 밝힌 사실이다. 반대로 78%는 생계 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임금을 확실히 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면 외식업계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외식업계에 머물든 떠나든 저임금이 가장 큰 이유라는 얘기라는 설문 결과다.

가디언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계에서는 구인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팁 문화와 저임금 구조

가디언은 미국레스토랑협회(NRA) 소속 회원을 비롯한 상당수 외식업계 사용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 실직수당에 의존하면서 일자리로 섣불리 복귀하지 않는 근로자들이 많아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이번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 실직한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절반 이상이 실업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실업보험 가입 자격이 안될 정도로 임금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아울러 미국 고유의 팁 문화도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저임금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외식업을 비롯한 서비스업계 종사자에게 팁을 주는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30달러(약 3만3600원) 이상의 팁을 매달 일정하게 받는 근로자에게는 팁을 임금의 일부로 간주해 사용자가 시간당 2.13달러(약 2384원)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팁 문화가 대표적으로 퍼진 곳이 외식업계인데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개인별로 차이도 크고 들쭉날쭉한 팁을 임금의 일부로 인정해주는 제도 때문에 일반 근로자들보다 형편없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게 구인난의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런 제도 때문에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안정적으로 최저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있고 사용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제도의 유지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근원적인 해법이 마련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경제정책연구소(EPI)는 “지난 몇십년간 미국 민간기업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산성 증가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이같은 격차를 고려하면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은 24달러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연방 정부 기준 최저 시급을 15달러(약 1만6800원)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