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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빠진 靑…임혜숙 후보 임명 강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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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빠진 靑…임혜숙 후보 임명 강행하나

임명시 당·청 불협화음 불가피, 야당 후폭풍 거셀 듯…내년 대선 악영향
철회시 여성 장관 30% 할당제 공약 지키기 어려워…디지털 뉴딜 '암초'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내정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임혜숙 후보자에 대해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면서 임명 강행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임혜숙 후보를 포함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4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전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송부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열흘 이내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 기한 내에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을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 강행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임 후보와 박준영, 노형욱 후보 등에 대해 임명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여당 재선 의원들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김병욱 의원은 "임혜숙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라는 점에서 보호받아야 할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는 별개로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은 "마지막 1년이라도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가는 것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5선 중진 의원인 이상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혜숙·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에게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머뭇거리거나 지체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혜숙 후보에 대한 지명을 강행할 경우 문 정부 막바지 당청 불협화음이 외부로 드러나 다음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임 후보가 여성 후보자인 것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지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청와대가 임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더라도 후폭풍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내각 30% 여성 할당제를 지키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정부 내각 중 여성 장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뿐이다. 임혜숙 후보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30% 달성은 지키기 어렵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임 후보자와 같은 여성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은 "임혜숙 후보자는 능력이나 도덕성이 아니라 '여자라서 살았다' 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임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할 경우 차기 장관 후보를 찾는 일에도 난항이 생긴다. 앞서 유영민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現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은 차기 장관 후보로 조동호 KAIST 교수를 내정했으나 연구비 유용과 부실학회 참석 논란이 드러나 지명철회했다. 이어 현재 최기영 장관이 내정되기까지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차기 장관이 내정되더라도 임기는 약 8개월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임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면 최기영 현 장관이 문 정부의 마지막 과기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31개월간 장관으로 재직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후 역대 최장수 과기부 장관이 된다.

최기영 장관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반도체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를 앞세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고 국산화를 꾀할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았다.

반면 임혜숙 후보는 이화여대 전기전자공학전공 교수이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출신이다. 삼성전자와 휴렛팩커드, 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한국공학한림회 정회원으로 지냈다. 문재인 정부의 막바지 과제인 디지털 뉴딜을 완수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임 후보는 내정 직후 야당 의원들로부터 세금 체납과 부동산 다운계약서, 외유성 해외출장, 제자 논문 표절 등에 대한 의혹을 받았다. 임 후보는 일부 논란에 대해서는 "몰랐다", "죄송하다" 등 답변으로 사실을 인정했으나 논문 표절에 대해서는 관행에 따른 것으로 연구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