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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원전수출 합의로 '미니 원자로' 급부상…탈원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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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원전수출 합의로 '미니 원자로' 급부상…탈원전 흔들리나

한수원 "개발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경쟁력 뛰어나 해외진출 확대 청신호"
탈원전 찬성진영 "아직 실체 없는 기술 검증 필요, 탈원전 무의미하게 만들 것" 반대 입장
탈원전 반대진영 "상용화하기엔 먼 미래기술...대형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 힘들어" 비판

24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 설명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중공업 등 관계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24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 설명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중공업 등 관계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원전수출 상호협력에 합의하면서 스마트 원자로로 알려진 '소형모듈 원자로(SMR)'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SMR이 직접 명시되진 않았지만, 최근 두 나라에서 SMR이 탄소중립시대의 대안 발전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원자력 학계와 탈원전을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환경단체들 모두 정부의 'SMR 진흥' 움직임에 서로 다른 시각에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어 앞으로 한-미 두 나라간 원전수출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은다.

◇ '대형원전 백지화' 한국과 '원전 이용 탄소중립' 미국,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24일 창원시가 두산중공업 게스트하우스에서 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설명회'에 참석해 SMR 기술개발 추진 현황을 소개했다.

설명회에서 한수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SMR이 향후 수출시장에서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정부와 산·학·연(산업-학교-연구소)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이 발표되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미국 기업과 구체적 논의를 통해 해외 원전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달 한국원자력연구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등과 함께 SMR 개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아 일체화(모듈화) 시킨 300메가와트(㎿) 이하 규모의 소형 원자로이다. 1기가와트(GW) 이상의 대형원전과 비교해 ▲높은 안전성 ▲모듈화를 통한 대량생산 ▲그린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같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형원전보다 지역주민의 반발 등 외부 장애요인이 적을 것으로 평가돼 미국·러시아 등 설계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이 앞다퉈 모델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하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대형원전 65~85기에 맞먹는 설비용량의 SMR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지난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스마트 원자로(SMART)'를 개량한 '혁신형 SMR'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8년 '혁신형 SMR' 인허가를 획득한 뒤 해외수출로 연결시킨다는 목표이다.

특히, 소형원자로의 한 형태로 개발 중인 제4세대 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SFR)'를 역시 현재 개발 단계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결합하면 기존 원전에서 사용하고 배출한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은 원전산업에서 상호보완 관계"라고 전하며 "두 나라의 협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원전 수주, SMR 분야과 연계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SMR 늘리면 기존 원전 문제점 발생", "상용화 시간 걸려 탄소중립 하려면 탈원전 폐기해야" 찬반진영 모두 '떨떠름'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해 온 환경단체 진영은 물론,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진영도 정부와 한수원의 SMR 진흥 행보에 대해 서로 상반된 시각에서 마뜩잖은 시선을 던지고 있어, 탈원전 논란 재점화의 발단이 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국내 전문가와 시민사회·산업계·정치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 24일 개최한 '중소형모듈원전(SMR)의 현실과 미래' 온라인 토론회에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모듈화된 소형원전을 다수호기로 늘리면 안전성과 핵폐기물 등 기존 원전과 차별화 없는 동일한 문제에 직면한다. 소형원전 확대 주장은 탈원전 정책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도 "SMR은 아직 실체가 없는 기술이고, 재생에너지 주도의 전력망과 비교해 유연성도 부족하다"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혁신형 SMR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SMR 진흥에 신중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원자력학계 등 탈원전 반대진영은 SMR이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사이 국내 원자력산업 고사를 막고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탈원전 정책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의 'SMR 띄우기'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정부가 SMR을 띄우는 것은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탈원전 정책의 명분이 사라진 만큼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탈원전 정책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제일 일찍 성사 가능성이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원전 사업도 계약과 인허가에 최소 4년이 걸리고, 두산중공업과 미국 뉴스케일社가 참여하는 SMR 건설은 소규모라 실익이 별로 없어 현재로서는 한미 원자력 협력에서 가시적인 이익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장래 이익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시급한 것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국내 원전산업의 고사를 막고 차세대 원자로 연구개발을 금지하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풍현 KAIST 명예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장기적으로 세계 원전산업의 추세가 SMR로 가는 것은 맞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한 뒤 "2050년 탄소중립이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대형원전 없이 달성할 수 없는 만큼 SMR 개발 투자와 병행해 현재 중단된 대형원전의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