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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섬유·의류업계, 썩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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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섬유·의류업계, 썩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고심

TAL 어패럴의 로저 리 CEO. 사진=CNBC이미지 확대보기
TAL 어패럴의 로저 리 CEO. 사진=CNBC
폴리에스테르(polyester)는 나일론, 아크릴과 아울러 현대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3대 합성섬유다.

석유에서 합성한 인조섬유인 폴리에스테르가 대표 합성섬유의 반열에 오른 것은 탄성이 좋아 잘 구겨지지 않고 물에 젖어도 강도의 변함이 없으며 내구성은 좋고 신축성이 적어 형태가 잘 유지되는 등 상당히 많은 장점을 지녔음에도 합성섬유의 특성상 가격이 저렴한 때문이다.
3대 합성섬유 생산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폴리에스테르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많이 사용된다. 가볍고 부드러운 성질 때문에 의류 중에서는 특히 셔츠나 블라우스에 많이 쓰인다. 매년 생산되는 폴리에스테르의 양은 약 4000만t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폴리에스테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염 물질이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고 기름에 오염되면 제거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폴리에스테르 의류의 경우 세탁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속 시원한 대책 어려운 이유


더 중요한 단점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는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옷은 썩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도 못한 채 고스란히 쓰레기로 후손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문제도 안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로 대표되는 글로벌 섬유·의류업계가 이른바 ‘폴리에스테르발 지구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홍콩에 기반한 의류 제조업체로 버버리 등 유명 브랜드의 의류도 생산하고 있는 TAL 어패럴의 로저 리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폴리에스테르만큼 장점이 다양하게 많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소재를 대체할 만한 것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생분해성이 우수해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신규 폴리에스테르가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사용률이 낮다”면서 “폴리에스테르의 일종으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폴리아세탈 수지의 가격이 신규 폴리에스테르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폴리아세탈 섬유를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CEO는 “폴리에스테르 원단만 100%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환경 파괴를 줄이는 노력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대부분의 의류가 폴리에스테르에다 뭔가 다른 섬유를 혼합한 혼방 원단을 쓴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질적인 여러 가지 종류의 섬유가 섞여 있어 재활용 처리를 어렵게 하는 기술적인 난관이 있다는 것.

그는 글로벌 의류브랜드 H&M과 제휴해 지난해말 혼방 섬유에서 여러 가지 성분을 분리할 수 있는 ‘그린 머신’을 개발, 폴리에스테르 의류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문제작 확대 등 대안 거론


소재 자체의 문제를 극복하는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문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문제작으로 의류를 제작하는 방식을 대폭 늘리는 것이 그 핵심이다. 주문제작은 제품에 대한 주문이 확정되기 전까지 제품을 제조되지 않는 생산 방식이다.

리 CEO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주로 통용되는 방식은 일단 옷을 만들어 의류매장이나 온라인 판매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라면서 “확정된 주문에 맞춰 제조가 이뤄지는게 아니어서 제 가격에 팔리지 못하는 의류가 생길 수 밖에 없고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의류는 할인해서라도 처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 불필요하게 의류가 유통될 수 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맞춤제작으로 만든 의류의 가격이 대량생산으로 나온 의류보다 비싸다는 점. 이 문제에 대해서도 리 CEO는 “주문제작이 활성화돼 안착이 되면 지금처럼 물류창고를 둘 필요도 없고 대형 매장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장기적으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