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젊은층, 가상화폐는 '마지막 탈출구' 인식…'영끌투자"

공유
0

한국 젊은층, 가상화폐는 '마지막 탈출구' 인식…'영끌투자"

닛케이아시아 보도...투자 계정 60% 이상이 20~30대

한국의 젊은 층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래 행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젊은 층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래 행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로이터
한국의 젊은이들이 '영끌투자'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은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살기 어려운 미래의 행복을 위한 몇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서울의 한 대학생 A씨도 다른 많은 젊은 층처럼, 미래의 삶이 더욱 어려워진 이곳에 둥지를 틀기 위해 100만 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지난 4월까지 암호화폐 값이 급등하면서 미실현 이익 500만 원을 달성했지만 그 후 암호화폐 가치는 40% 급락했다. 초기 투자금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A씨는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몇 년이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의 10%를 차지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투기적 투자의 온상이 됐다. 거래 열기가 이어지면서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는 선도적인 암호화폐가 한국 시장에서 한 번에 20%를 초과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가장 인기 있는 암호화폐일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한국에서는 10% 미만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90% 이상은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암호화폐인 알트코인이다. 여기에는 어두운 기원을 가진 상품도 포함된다.

20대와 30대가 영끌투자를 통해 암호화폐 매매를 주도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국내 4대 암호화폐 플랫폼에 250만 개의 신규 계정이 개설됐다. 이들 중 33%는 20대이고 31%는 30대이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이 21일 대학생 1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은 24%였다.

암호화폐 거래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33%가 높은 수익률을 관심의 이유로 꼽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암호화폐가 현재의 사회적 지위에서 '마지막 탈출의 기회'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15%로 가장 많았다.
오늘날의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들에게 주어진 것과는 다른 공정한 기회의 부족으로 점점 더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국내 최고 기업들 중 한 곳에서 봉급 생활자를 위한 힘든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조차도, 주택 거품 때문에 수입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

이러한 경색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취했던 전통적인 행복의 길을 버린다.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갖는 것은 이제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와 주식에 대한 투자는 운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를 제시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암호화폐와 거래자에 대한 투기성 발언을 내보낸 뒤 젊은 층의 비난 공세를 받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량이 증시의 2배에 달하는 데도 어떻게 암호화폐가 투자자 보호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는지에 대해 한 국회의원이 우려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에 묶여 있는 증권이 아니라 실체를 알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면서 암호화폐 거래자를 투자자로 칭하지 않았다. 정부가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은 격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30대 회사원 A씨는 "우리 시민의 생계가 좌우되는 주택에 대해 40, 50대가 투기하고 있는데 20, 30대가 동전에 투자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단속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법안은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은행과 제휴해 9월 말까지 실명으로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플랫폼은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이 조치는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시행됐지만, 한편으로는 소규모 거래소 플랫폼들이 문을 닫도록 강요하고 있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플랫폼만이 신한은행, 농협은행, 온라인 대부업체 K은행 등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젊은 층의 암호화폐 투자 중 상당 부분은 부채로 조달한 자금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2020년 말 가계부채가 1년 전보다 8% 늘었는데, 이 중 20~39세의 부채는 17%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출을 받더라도 자산 축적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의 현실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