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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9부능선 넘긴 재개발재건축단지, 잇단 '조합장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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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9부능선 넘긴 재개발재건축단지, 잇단 '조합장 교체' 왜?

은평 대조1구역 비대위, 현 조합집행부 해임…‘조합원 분양가 상승’ 이유
수색6구역도 교체…‘총회 의결 없이 계약, 공사비 선지급’ 독단행위 반발
‘분양가 갈등’ 둔촌주공은 새 집행부 선출 수습…연내 분양은 '미지수'
규제 강화로 사업 지지부진에 조합원 불만 고조 타지역 '도미노 현상' 우려도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최근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사업 단지에서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 해임과 교체가 빈발하고 있다. 늦은 사업 진행 속도에 낮은 일반분양가로 개발 손해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의 9부 능선으로 불리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단계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조합집행부 해임·교체 사례가 최근 급증하면서 남은 사업 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서울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인 ‘대조1구역 바른 사업을 위한 조합원 모임(바사모)’은 지난달 22일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현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감사·이사) 전원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그동안 과도한 조합 운영비, 조합원 분양가의 과도한 상승, 용역업체와 계약 내용 등을 계속 문제로 제기해 왔으나, 조합 집행부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결국 해임총회을 거쳐 현 집행부를 경질하고 말았다.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은평구 대조동 88~89번지 일대 11만 1665㎡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 동, 총 2451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갈현1구역 재개발, 불광5구역 재개발과 더불어 ‘은평 재개발 3총사’로 꼽힌다.

지난해 이주 완료 뒤 철거 마무리 단계에 있는 대조1구역은 아직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본계약 체결 이후 이르면 올해 일반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조합집행부 해임으로 연기 또는 정체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같은 은평구에 있는 수색6구역 재개발조합도 최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새 조합장을 선출했다.

조합은 그동안 전임 집행부가 총회 의결 없이 140억 원 상당의 공사 계약을 맺고, 시공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비를 시공사에 선지급하는 독단 행동을 일삼는 것에 반발해 조합 집행부 교체를 추진해 왔다.
조합 관계자는 “전임 조합장을 해임한 뒤 새 집행부를 꾸리려 했으나, 전 조합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이번 총회에서 새 집행부를 선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일반분양에 돌입한 수색6구역(단지명 'DMC파인시티자이')은 오는 2023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재개발로 지하 3층~지상 30층, 15개동, 1223가구가 공급된다.

일반분양가 문제로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간 갈등이 격화됐던 서울 ‘재건축 최대어’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새 조합 집행부를 뽑고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감사·이사 등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둔촌주공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다.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 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와 부대시설을 아우르는 초대형 아파트 단지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이른다.

조합은 당초 오는 2023년 8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지난해 분양가를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일어나 조합장 해임사태 등 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조합 집행부 해임을 주도한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지난달 새 집행부 선출 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전임 집행부의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져 새 집행부 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일단 새 집행부 구성으로 고비를 넘기고 다시 시동을 걸 예정이지만, 분양가 산정 등 풀어야 할 현안들이 밀려있어 연내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정비업계는 전망한다.

주요 재개발·재건축사업장마다 조금씩 전개 양상은 다르지만, 최근 빈발하는 조합 집행부 교체 움직임이 앞으로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정부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수 사업장들의 사업 부진이 초래되고, 사업 부진의 불만이 조합원의 조합 집행부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 특성상 많게는 수천 명 조합원들의 재산 이해관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 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정비사업에 정부 규제가 강력해질수록 조합 집행부 교체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