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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고차 가격 폭등 인플레이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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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고차 가격 폭등 인플레이션 가속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 가득 채워진 렌트카 차량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 가득 채워진 렌트카 차량들. 사진=로이터
미국 정책담당자들이 이례적으로 향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중고차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 주간지 코인스파이어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을 찍은 뒤 미 중고차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어 물가상승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 호황이 지속되면 미국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지속적인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잠잠한 물가를 바탕으로, 또 지금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펴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중고차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다.

4월 승용차·픽업트럭 등 중고차 가격은 전월비 기준으로 10%, 전년동월비 기준으로는 무려 21% 폭등했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한 항목이었다.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때문에 전년동월비 4.2% 뛰었다. 또 에너지·식료품 등 월별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상승률이 3%로 치솟았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의 어니 가르시아 창업자는 "중고차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내 예상보다 가격이 훨씬 더 급속히 뛰고 있다는 점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관계자들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으로 일시적으로 자금이 급속히 방출된데다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으로 공급망 병목현상이 빚어져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백신접종 확대 속에 경제재개가 마무리되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판단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1일 한 연설에서 중고자 가격 상승 압력이 "여름까지는 지속되겠지만 이후 압력이 해소되고, 이후에는 (가격 흐름이) 반전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 대부분이 물가 오름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연준처럼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 팬데믹이 퇴조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막대한 현금을 깔고 앉아 있고, 이런 와중에도 정부 재정지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이처럼 급증하는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대규모 수요초과 상태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들도 많다.

PGIM 고정수익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시츠는 "지난 50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례적인 수준의 부양책을 펼쳤고, 또 다른 형태의 지출 지원책도 나왔다"면서 "이는 한 번도 항해해 본 적 없는 영역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상황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츠는 전례없는 이런 상황에서 예전 경험만을 토대로 "어떻게 인플레이션이 사라질 것으로 확신할 수 있겠느냐"면서 "가능성은 80% 정도일 수 있지만 (20% 수준의) 꼬리위험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물가상승세가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갈 것이란 전망은 곳곳에서 이미 나온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 인플레이션이 6월 전년동월비 3.6%로 정점을 찍기는 하겠지만 연말에도 3.5%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 근원 CPI 평균치도 연준의 2%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2.7% 수준으로 내다봤다.

루미스 세일즈의 글로벌 채권부문 공동책임자인 린다 슈바이처는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본 가정에는 변함이 없기는 하지만 확신의 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항구적인 위험에 맞닥뜨릴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