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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간섭에 '골머리'…다국적 기업들 '脫 홍콩'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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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간섭에 '골머리'…다국적 기업들 '脫 홍콩' 러시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 이미지 불확실

홍콩에 터를 잡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간 대립 격화와 중국 본토의 간섭으로 탈 홍콩을 위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에 터를 잡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간 대립 격화와 중국 본토의 간섭으로 탈 홍콩을 위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홍콩에 터를 잡은 다국적 기업들이 미중간 대립격화, 중국본토의 간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탈(脫)홍콩’을 위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 경쟁도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과 그밖의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홍콩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중 하나라는 이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탈홍콩 러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래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을 포함한 일부기업들은 여전히 홍콩을 중국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미래를 위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탈홍콩의 출구에 눈을 돌리면서 홍콩은 바야흐로 이전과 같은 전망을 갖고 있지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홍콩의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프레드릭 고롭(Frederik Gollob) 회장은 "홍콩에 있는 것은 항상 간단한 일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기업들간에는 홍콩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홍콩의 미국상공회의소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325명 중 42%가 중국의 새로운 안전보장법에 대한 불안과 홍콩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을 이유로 홍콩을 떠날 것을 검토하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콩정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수십곳의 글로벌기업들이 홍콩 본사또는 사무실을 홍콩에서 이전하고 있다. 카슈만앤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최근 15년간 홍콩의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중 80% 이상이 글로벌기업이 내놓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어느 해보다도 많은 사람(외국인과 현지인 포함)들이 비니니스 허브를 탈출했다.

◇수십곳의 글로벌기업이 홍콩 본사 또는 사무실 이전


지난 1월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및 기타 브랜드의 소유주 VF코퍼레이션은 25년 만에 900명의 홍콩 사무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비디오게임 제조업체 소니 인터넥티브 엔터테인먼트(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는 홍콩 경영진들을 싱가포르로 옮겼다. 유럽의 명품 회사 LVMH는 모에 헤네시(Moët Hennessy) 주류사업장에서 홍콩의 일부 직원을 옮긴다고 밝혔다. 프랑스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도 홍콩 본사에서 일부 직원을 이전할 계획이다.

홍콩 비관론자들은 금융과 같은 중국에 유용한 몇 가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점차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홍콩은 한때 동서양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이제 일부 글로벌기업의 경우 홍콩을 더 이상 지역본부 역할을 할만큼 글로벌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데 주력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도시는 상하이만큼 본토 경제를 활용하는 데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덴버에 본사를 둔 VF는 중국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홍콩 직책을 상하이로 이전했으며 제조업체 및 공급 업체의 지역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직원은 비즈니스가 탄탄한 중국 및 영어권국가 싱가포르로 이전한다.

로레알은 홍콩에서의 사무실을 축소하면서 싱가포르와 상하이에 건물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와 모에 헤네시도 일부 직원을 싱가포르로 이전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서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


중국은 지난해 6월 시위를 단속하고 중국정부가 홍콩의 사법체제에 개입할 수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안보법을 통과시켰으며 비밀 경찰은 대외 공모 금지와 같은 모호한 법령을 집행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지난 4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1989년 천안문 광장 사태를 기념하기 위해 엄청난 경찰의 존재와 감옥 위협에 저항했다.

중국이 단속을 발표한 후 한국의 네이버는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홍콩에 기반을 둔 백업 서버를 삭제하고 싱가포르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포함한 기술기업들은 홍콩과 미국을 해저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하려는 계획을 철회했다.

1980년대에 홍콩으로 옮긴 미국 롭 치먼(Rob Chipman) 최고 경영자 (CEO)인 롭 치먼은 해외이주 관련 서비스 제공회사 아시안 타이거스 홍콩(Asian Tigers Hong Kong)을 인용해 지난 2019년 이후 홍콩으로의 이전은 50% 감소한 반면 홍콩 밖으로의 이전은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홍콩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홍콩에 입국한 사람들보다 홍콩을 떠난 사람이 약 4만 명이 많았다. 지난해 약 750만 명의 홍콩 인구가 4만6500명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두 번째 많은 인구 유출이다.

홍콩 낙관론자들은 빈 사무실들이 중국 본토를 포함해 입주하는 다른 회사로 대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동안 중국 본토기업들이 홍콩에 63개의 새로운 지역본사와 사무실을 오픈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기업 45개사가 본사와 사무실을 폐쇄했다.

홍콩은 금융 서비스 산업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현대적인 금융시장, 자유로운 유동성 통화 및 본토와의 연결을 통해 홍콩은 중국 자금조달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일련의 주식을 상장하면서 홍콩거래소는 전 세계 3위로 부상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거대 은행 HSBC는 지난 2월에 홍콩에 본사를 둔 아시아 사업에 6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홍콩은 지금까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다.

이처럼 일부 대형 은행은 홍콩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홍콩 인프라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잃고 다른 도시에서 운영해야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비상 시나리오를 실행하고 있는 금융기관들도 많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