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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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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발표

-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산업구조 개혁과 경제성장 달성 목표 -
-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성패 좌우할 것으로 예상 -


일본 경제 산업성은 지난 2021년 6월 4일 제28회 산업구조심의총회에서 새로운 경제발전정책을 담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経済産業政策新機軸)’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는 현재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 그린 정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 상황에 맞춘 일본형 디지털 그린 재정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이번 발표는 일본 내에서도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공식적인 자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발표를 중심으로 향후 일본의 정책 방향과 일본 경제의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해당 발표에 앞서 선행한 ‘2021년 제조백서(모노츠쿠리 백서)’에서 향후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3가지 과제로 ‘공급망의 체질 강화(레질리언스)’, ‘디지털’, ‘그린’을 지적했다. 미래사회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의 중대한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에서 더 나아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에서는 각각의 과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 (해외시장뉴스_오사카무역관) 2021년 일본 제조백서로 본 일본 제조업 생존 전략

이번 발표에서 매우 인상적인 부분은 ‘대규모의 재정지출을 수반한 강력한 사업정책의 실시’라는 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재정지출을 직접적으로 자료의 맨 처음에 강조함으로써 강력한 정부 주도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한다는 의사표명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 진흥, 보호정책과 그 결을 달리해 향후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션 지향’적 정책들을 통해 정부의 직접적인 참여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책 변화를 계기로 기존의 산업 정책을 다시 검토하며 시대의 변혁에 맞는 ‘산업정책의 신기축’을 세우고자 한다.

일본 경제산업정책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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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경제산업성, 히로시 오하시 교수 ‘<새로운 산업>정책과 새로운 <산업정책>’, ‘경쟁정책의 경제학’ 등의 자료를 인용 편집함.
오사카 무역관 번역

기존의 일본의 산업정책을 살펴보면 일본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구조 개혁이 중심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위 자료를 보면 ③1985년~2008년 구조 개혁의 시기에는 규제 완화와 사회 인프라(공항, 철도, 통신 등)의 민영화, 경쟁 환경의 정비 등 ‘시장기능의 강화’가 주요 정책으로 ‘작은 정부’의 실현이 정부의 모습이었다. 시장주의를 표명하는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보다는 민간기업에 의한 경제 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작은 정부'의 기조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은 동일본 대지진(2011년) 등의 국가적 대 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이다. 대규모의 자연재해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며 일본의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확신시켰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정부 정책이 필요했다. 아베 전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표명하며 대규모의 확장 금융 정책과 재정정책, 민간투자 확보를 위한 유인책 제공 등 대규모의 경제 부흥 정책을 통해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베노믹스는 기존의 전형적인 일본 산업정책과는 다르게 성장 중심의 추진 전략을 통해 침체됐던 일본 경제를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대표적인 정책들은 ① 비전통적인 금융완화정책, ② 적극적인 재정정책 ③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전략 등으로 이를 통해 일본 경제에 활력을 제공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위축됐던 일본 기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
긍정적 의견
부정적 의견
① 주가 상승 및 예화 약세를 통한 기업 수익 상승
- 엔-달러 환율 : ('12) 85.9엔 → ('19) 108.9엔
- 닛케이 주가 : ('12)10,395엔 → ('19)23,657엔
② 사상 최저 실업률 기록
- 실업률: ('12) 4.3% → ('19) 2.2%
- 청년실업률: ('12) 7.2% → ('19) 3.8%
③ 외국인 관광객 유치활성화 정책의 성공
- 외국인 관광객 수: ('12) 836만 명 → ('19) 3,188만 명
해외투자 증가 및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
통상협정: (체결) 일-EU EPA, CPTPP, 미-일 무역협정·디지털 무역협정, (교섭 중) 한중일 FTA, RCEP
- 해외직접투자 잔고: ('12) 957십억 달러 → ('19) 1,870십억 달러
- 직접투자 수익: ('12) 4조 엔 → ('18) 10.3조엔
⑤ 친기업정책을 통한 기업 경제 활성화
-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4차 산업혁명 투자 확대
① 디플레이션 탈피 문제
- 당초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여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탈피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는 못함
- 실질 급여도 감소하고 있어 임금 상승으로 인한 소비 증진 및 경제 활성화에 실패
- 소비자 물가상승률(CPI): ('12)-0.27%→('19) 0.48%
- 실질 임금(2015=100): ('12) 104.5 →('19) 99.8
② 실질성장률/잠재 성장률 둔화
- 명목 GDP, 실질 GDP는 급성장했으나 성장률은 점점 둔화
- GDP성장률: ('12) 0.6% → ('19) -0.5%(내각부)
③ 총부채잔고 급증으로 인한 2025년 재정건전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
- 총부채잔고/GDP: ('12) 229% → ('19) 238%
- 기초재정수지**/GDP: ('12) -2.7% → ('19) -12.8%
④ 편중된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지방, 중소기업 경기 회복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
자료: KIET <스가총리 취임과 아베노믹스의 행방>(20.9.28, 사공목 연구위원), 내각부 국민계정, IMF 통계 등 포함 무역관 편집
**기초재정수지 (Primary Balance) : 정부 채무 이자 등 금융비용을 제외하고 계산한 재정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지칭. 기초재정수지가 높을수록 이자 등의 금융비용을 제외하고더라도 초과 수익이 남기 때문에 재정에 대한 여유가 생겨 부채수준을 조절하거나 향후 대비가 가능해짐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관련해서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아베노믹스가 추구했던 구조 개혁과 체질개선에 대한 과제는 미완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베 정권을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스가 정권은 미완의 부분을 완성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내각부의 <규제개혁 추진회의>, 21년 9월에 <디지털 청> 설립 등 구조적 개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은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맞춘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성장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국제조 2025>를 통한 강력한 국가 중심의 정책을 통한 빠른 성장, 미국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강화전략’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부 주도의 강력한 성장전략들은 일본에게 큰 위기 의식을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도 기존의 시장 주도형 성장이 아닌 정부 주도의 계획적인 산업 정책으로의 전환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기축의 중심이 되는 것은 ‘미션형’ 전략으로 기존의 산업별, 분야별 성장 전략이 아닌 일본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통합적 발전 전략이다. 이는 기존 일본의 구조가 각 분야별 의사 소통의 단절과 협력의 어려움들을 타파하고 ‘미션’을 중심으로 융합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이 핵심으로, 기존의 이노베이션 성장 전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모습으로 보인다. 기존의 이노베이션 전략은 해당 산업/분야/기술의 성장을 위해 민·관·학의 연계를 중요시했다면 미션형 발전은 사회 문제 해결이나 이상향을 위한 다양한 분야들 간의 협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새로운 정책에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 지연 문제, 안전 제일주의, 행정 절차의 낙후, 의사결정의 지연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되면서 이에 대한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미래 사회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기술 발전에서의 문쇼트(야심적인 혁신), 페일 퍼스트(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여 학습) 등 기존의 일본에서 보기 어려웠던 표현 등이 드러나 있어 변화에 대한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기존 경제 정책과 새로운 경제산업정책의 비교
분류
전통적 산업정책
구조개혁 접근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목적
특정산업의 보호·육성
시장환경 정비를 특히 중요 시
다양한 중장기적인 사회경제 과제의 해결
(미션지향)
이론적 근거
<시장의 실패>의 시정, 유아산업보호
시장기능의 중시
<정부의 실페>를 우려
구축효과 회피
불확실성 대응(정부에 의한 시장 창조)
<정부의 부작위>을 우려
(정부도 리스를 부담 ‘기업가국가’)
유발효과(민간 투자를 불러오는 정부자금)
정책의
프레임워크
미시경제정책(공급측면)
정부 주도
~과도 경쟁 방지~
미시경제정책(공급측면)
민간주도
~경쟁의 촉진~
미시경제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의 일체화
(수요와 공급의 양 사이드)
의욕적인 목표 설정, 산관학 연계, 규제·제도, 국제표준화, 민간자금 유도, 국제연계 등 혁신적인 사회 환경의 정비를 향한 정부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
기술 개발
응용·실용화 지향
기초연구지향
(다만 규모는 불충분)
야심적·극적 이노베이션의 창출(문쇼트)
정책의 평가기준
선진국의 산업이나 기술의 캐치업을 기준으로 평가
단기적·엄격한 비용 효과 분석에 기초한 사전평가를 중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빠른 도전, 실패로부터 학습 (페일 퍼스트)
기술 스필오버 효과, 학습효과, 인재육성 등 부차적 효과를 포함한 종합적·다면적 사후 평가를 중시
제조업 위치
제조업의 진흥·보호
최정제품중시
제조업의 상대적 위치의 저하
설계·생산 프로세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업까지 포함한 서플라이체인/밸류체인 중시
재무정책 방향
중간 규모/중기
소규모/단발성/단기
대규모/장기/계획적
자료: 경제산업성, 오사카 무역관 번역 및 재편집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와 정부 입장

일본의 경제산업정책은 두 가지의 큰 문제점을 시작부터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다. 첫 번째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문제, 두 번째는 빠르게 증가하는 정부 부채의 문제이다.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은 일정 분야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위와 같은 한계 속에서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상충하고 있다.

우선 해당 정책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는 의견은 재정 건정성의 악화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해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고 ‘2025 재정건전화 목표’ 달성도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는 복지 지출의 증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확장 정책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재정 건정성 악화에 대해 경제산업성은 단순히 경기를 자극하는 확장 정책이 아닌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재정 운영 전략을 통해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면서 장기적인 성장률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한 총수요는 저성장의 만성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총수요 감소를 자극하는 재정지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정부 부채의 비용은 낮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세제 개혁 역시도 미션의 한 가지로 대응하여 정부 수입의 증가를 목표로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율과 장기 금리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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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경제산업성

일본 정부가 6월 9일 발표한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의 원안에도 적극적인 투자와 재정 지출을 명시하고 있다.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은 일본 정부의 향후 운영의 이정표가 되는 가장 큰 정책 골자들을 내포한 방침으로, 이제까지 일본 경제의 중심이 되는 정부 정책들이 ‘기본 방침’으로 제정되어왔다.

발표된 기본 방침 역시 스가 정부의 근간이 되는 경제 재정 운영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정부 재정을 흑자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에 대해 ‘견지하고 있음’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최우선으로 대처하면서 오랜 과제에 해답을 내면서 강력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해 적극적인 재정지원 정책이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부의 계산에 따르면 21년 기초재정수지는 40조1000억 엔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를 넘고 있어 위험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신종 코로나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을 이후 다시 한 번 검토를 하여 목표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이이치 생명 연구소의 나가하마 토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부채가 과대할 경우 경기 과열로 인한 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민간 자금 조달의 애로 발생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로서는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는 적다”고 하며 “이는 민간의 자금 수요가 매우 낮고 정부 부채 규모를 상회하는 민간의 금융자산 잔액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 이후 정부와 일본 은행과의 연계성이 높아지며 통화 완화 정책만으로는 부족한 현 상황 속에서 인플레이션 제약 하 디플레이션을 시정하는 것이야말로 재정 정책의 중요한 사명이다”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의 산업 구조 변화의 방향성과 생산성 향상 과제

경제 산업성의 경제산업정책의 변화는 향후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밑그림을 그리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존의 ‘개별 산업에서의 부의 창출’이라는 목표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가치의 동시 실현’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기존의 산업이 부의 창출만을 목표로 했다면 미래의 사회에서는 부의 창출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며 동시에 의미가 있는 투자가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기존의 목표에 더해 환경보호, 안전, 고용안정, 계층 간 격차 감소, 공평한 교육,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 웰빙 등 경제 정책 외의 사회 정책과도 관련한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여 향후 산업 정책과 관련한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산업정책의 방향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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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경제산업성, KOTRA 오사카 무역관 편집

경제산업성이 제시한 청사진은 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일본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내놓은 것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가치에 대한 요구, ESG 투자 등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정책들을 명확한 정의 속에 새롭게 정리함으로써 일본 산업 구조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발표한 경제산업정책은 세계 정세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아베노믹스에서 완성되지 못한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통한 경제 성장 구조의 확립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욕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디플레이션 문제와 경제 성장의 문제는 산업의 생산성 자체가 향상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해당하므로 이번 정책이 얼마만큼 일본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가 정책의 성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산업 생산성과 관련하여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IETI)는 <장기 성장 기업 데이터에서 본 일본 경제의 성장과 침체의 원인>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는 일본 경제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한 가지는 모든 요소 생산성(TFP)의 하락에 기인한다는 점과 이러한 하락에는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상장기업 데이터를 활용하여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의 구성요소를 분석하면서 총요소생산성*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 생산량 증가분에서 노동증가에 따른 생산증가분과 자본증가분에 따른 생산증가분을 제외한 생산량 증가분을 말한다. 즉 정해진 노동, 자본, 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외에 기술개발이나 노사관계 경영혁신 같은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해 내는가를 나타내는 생산효율성지표다. [네이버 지식백과] 총요소생산성 [total factor productivity] (한경 경제용어사전)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기인 1980년까지는 어느정도의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로 인한 노동생산성이 유지가 됐으나 1980년부터 총요소생산성의 감퇴로 인한 노동생산성의 감소, 그리고 자산 버블의 붕괴로 인해 총요소생산성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며 극심한 부진을 겪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1995년 이후부터는 다시 총요소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노동 생산성도 증가했으나 2005년 이후 세계 금융 위기,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노동생산성의 상승세가 하락세로 변화했다. 특히 논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시작 시점과 겹치는 2010~2015년에 생산성이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노동생산성 및 구성요소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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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경제산업연구소(REITI)

일본의 생산성 하락에 대해 해당 논문은 일본의 상장기업들의 구조조정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1990년 중반 이후 버블 붕괴 이후의 생산성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들은 구조 조정을 단행하여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장래의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일본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비정규고용의 채용 증가는 단기간의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보이나 혁신과 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적인 개혁에는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제 상황은 구조적인 생산성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이 새롭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통한 근본적인 산업 성장과 구조 개혁의 임무를 완수해야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재정 지출을 증가시켜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 주도로 경제 산업 전 분야에서의 체질 변화를 통한 산업 생산성의 향상을 최종 목표로 하는 정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는 일본 문화에서 보여주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변화에 대한 낮은 수용력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본 전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진으로 보인다. 행정과 절차가 기존 아날로그적 방식에 머물러 있는 상황 속에서의 변화의 추구는 금방 그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 혁신을 위해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혁신 기술의 도입을 통한 변화가 절실할 것으로 파악된다.

시사점

2010년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본은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기존의 체제 속에서의 선택적 수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경제의 부흥의 단서는 찾아낸 것으로 보이나 구조의 개혁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재해 속에서 일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경제산업성의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을 바라본다면 변화에 대한 일본의 노력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이 일본 정부는 앞서 언급한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성장 전략을 6월 18일 각의 결정하고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본 경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변화를 향한 노력들이 과연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변화에 둔감했던 일본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동력을 어디에서 발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져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정부의 추진 계획이 아닌 일본 사회가 모두 공감해 참여할 수 있는 ‘가치’나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성장 전략에 단순히 기존 내용을 입으로만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반적인 공감, 그리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빈틈없이 추진하는 문화 등에 비추어보면 정부 중심의 변화 추진이 성공할 경우 매우 빠르게 일본 사회가 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변화에 대해 주시하면서 민첩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경제산업성, REITI, 닛케이, 아사히, 다이이치생명, KOTRA 오사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