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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이준석 열풍’…선배들은 벤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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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이준석 열풍’…선배들은 벤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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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흥선대원군의 국방 의지는 확고했다. ‘서양 오랑캐’에 맞서서 ‘수뢰포’를 제작하도록 했다. 물속에서 적의 함선을 공격, 침몰시킬 수 있는 ‘첨단 무기’였다.
수뢰포가 완성되자 한강에서 시험발사를 했다. 임금과 고관은 물론 백성도 몰려와 구경했다. 수뢰포를 발사했더니 강물이 ‘열 길’이나 치솟았다. 대원군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기껏해야 조그만 배나 부술 수 있을 정도였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방력 강화에 그치지 않았다. 알다시피, 대원군은 경복궁 중건사업도 진두지휘했다. 왕실의 권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백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기와집을 철거하면 한 간에 10전, 초가집은 5전, 가건물은 2전씩 지급했다. 그러자 일꾼이 모여들었다. 3만6000명이나 되었다.

시작은 호기 있었지만 공사비가 모자랐다. 원납전을 발행했다. 매관매직도 했다.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10만 냥을 바치면 군수자리를 내주었다.

그래도 모자라는 바람에 당백전을 발행했다. 서울을 드나드는 백성에게 ‘문세(門稅)’도 받았다. 반발이 심해졌다. ‘동소문’에 한해서는 문세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그렇지만 한계가 있었다. 무리였다. 대원군의 지지도는 뚝 떨어졌다.
결국 7년에 걸친 공사가 끝나면서 ‘대로론(大老論)’이 대두되었다. 대원군의 덕을 기려 큰 어른으로 모시자는 여론이었다.

명분은 그럴 듯했지만 실제로는 물러나라는 ‘대로론’이었다. 대원군은 밀려나야 했다.

‘이준석 열풍’의 주인공인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되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새 대표로 등장한 것이다.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연령도 젊어졌다고 한다. 평균 47세다.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 구성원의 평균 나이는 56.4세였다고 했다. 10살이나 낮아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물갈이’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원로’들은 대원군처럼 ‘큰 어른’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대로론’ 비슷한 게 있었다. ‘벤치론’이다. “전반전 말기에 대량 실점했기 때문에 후반전이 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벤치에서 성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벤치론’이었다. 노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 할 역할이 있다는 ‘벤치론’이었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대원군 대로론’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