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내지가 머지 않은 미래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을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최근 내놨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퇴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아메리칸항공, 1966년부터 시작한 기내지 서비스 중단키로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3대 항공사에 속하는 아메리칸항공은 지난 1966년부터 발간해온 기내지 ‘아메리칸 웨이(American Way)'의 발행 및 배포를 중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메리칸항공의 이같은 발표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앞서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이미 기내지 발행을 중단한 바 있고 발행 재개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는 기내지를 통해 코로나19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내지 배포를 중단했으나 아메리칸항공은 항균처리한 기내지를 계속 배포해왔다.
그러던 아메리칸항공까지 기내지 서비스를 중단키로 한 데는 더 큰 배경이 있다.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기내지를 다시 도입할 생각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내지를 없앨 수 밖에 없는 이유
항공사들이 잇따라 기내지를 없애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내지를 보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다.
기내에 머무는 동안 마음껏 영화도 볼 수 있고 인터넷까지도 사용 가능한 시대에 기내지를 찾는 사람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아메리칸항공의 사례만 보더라도 기내에서 제공하는 영화편수는 600편이나 되고 최근에는 유명 어학 프로그램인 로제타스톤까지 기내 와이파이를 통해 이용하는 게 가능해지는 등 기내 서비스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로렌스 본부장은 “손님들의 취향에 부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일뿐”이라고 강조했다.
공항 안내도, 기내식 소개, 영화 관람 정보 등 기내지에 실려 있던 정보는 항공사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지금은 아메리칸항공에 흡수된 TWA항공 출신의 항공전문가 헨리 하트벨트는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보는 기내지의 시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TV를 보는 시대가 열렸을 때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었다”면서 “기내지에 대한 승객들의 관심이 끊기면서 기내지에 광고를 싣는 기업들의 관심도 끊겼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기내지 서비스 중단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됐다. 대한항공이 지난 1977년부터 승객들에게 배포해온 기내지 ‘모닝캄(Morning Calm)’의 발행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한 바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기내지 제작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