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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전문회사가 돼버린 신용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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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전문회사가 돼버린 신용카드사

금융증권부 이보라 기자
금융증권부 이보라 기자
카드사들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할부금융 등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주로 취급한 스톡론(주식매입자금 대출)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이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톡론은 고객의 증권계좌를 담보로 주식매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늘리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스톡론과 같은 대출을 받을지 고민하기 쉽다. 문제는 스톡론을 이용하다 약정한 만기 안에 갚지 못하면 금융사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한다는 점이다. 하락 장에서 반대매매로 이어진다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현재 스톡론을 취급 중인 카드사는 BC카드와 롯데카드 두 곳이다. BC카드는 지난해 12월, 롯데카드는 지난달 스톡론을 내놨다. 이 두 카드사의 스톡론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436억 원이다.

이뿐이 아니다. 카드론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계속 카드론을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특별히 고객님에게만 특정 기간 동안 카드론 금리를 할인해주겠다"며 카드론 신청 방법과 링크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꾸준히 보내기도 한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2019년 1분기부터 계속 늘고 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분기 30조 원을 넘긴 이후 1년 만에 33조 원을 돌파했다. 이 또한 빚투의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몰리는 카드사의 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카드사들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거나 금리할인 등에 나서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카드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점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빚투 증가세로 증권사들마저 신용거래융자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대출사업에만 힘을 쏟는다면 빚투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