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30년 장기할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내집마련 대안 될까

공유
0

'30년 장기할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내집마련 대안 될까

분양가 10∼25% 내고 남은 지분 20~30년 걸쳐 분할 매입 뒤 자가소유
정부 “청년‧신혼부부 등 서민 주택구입 사다리 역할로 주거 안정 기여”
전문가 “진입장벽 낮췄지만 자산 매력 적고 전매제한에 사실상 장기월세”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의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주택 공급방안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값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내는 할부주택인 셈이다.
정부는 주택 구입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내 집 마련의 확실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시장에서는 소유관계가 불분명하고 전매가 제한되는 등 사실상 ‘장기 임대주택’과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11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세부내용을 구체화하는 ‘공동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초기 구입비용을 낮추는 새로운 분양주택 모델이다. 분양가의 10~25%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지분은 20∼30년에 걸쳐 나눠 내면서 주택의 완전한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지분을 100% 소유하기 전까지는 잔여지분의 임대료(주변 시세 80% 수준)를 공공주택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지불해야 한다.

최초 지분과 추가 지분 취득금액은 10∼25% 범위 내에서 수요자가 정하면 된다. 예컨대, 분양가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1억 원(분양가의 10%)을 내고 입주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자를 제외하고 해마다 3000만 원씩 30년을 갚아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본인 소유가 된다. 대신에 추가지분은 최초 분양가에 정기예금금리가 가산돼 산정된다.

전매제한 기간 10년, 거주의무 기간은 5년이라는 제약도 따른다. 이 기간이 지나면 집을 팔 수도 있지만, LH·SH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매각 비용은 분양받은 사람이 보유한 지분만큼만 가져갈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기 전에 주택을 처분할 땐 취득한 가격에 정기예금 이자를 더한 금액만 받고 LH·SH에 넘겨야 한다.

정부는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 신혼부부 등 3040세대에게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그동안 내 집 마련이 어려웠던 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장기월세나 반전세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 집의 지분을 온전히 취득하지 못한 채 정부에 일정 수준의 임차보증금과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5년 임대 후 분양전환주택,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주택 등은 기간이 짧고 분양전환이라는 장점이 있어 무주택자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그러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최소 20년 이상을 거주해야 하며 그 기간 동안 수요자들이 불완전 소유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매 제한도 변수이다. 입주자가 중도에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정부가 정한 ‘정상가격’ 이하로만 팔 수 있게 된다. 처분 시점에는 지분 비율대로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 갖게 된다.

무엇보다 자산 가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지분적립형 주택은 전매제한, 시세차익 환수 등 각종 제약이 많고 가격도 일반매매 대비 크게 매력이 없어 실제 무주택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지분적립형 주택 사업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양가와 함께 입지의 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국토교통부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