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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취중 SNS’ 남기고 부랴부랴 지운 신세계 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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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취중 SNS’ 남기고 부랴부랴 지운 신세계 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 표현으로 문 대통령 세월호 추모 문구를 조롱했다는 의혹
5월부터 계속 해당 문구 사용…죽은 반려견 사진에까지 언급하며 논란 점화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듯한 글 남겼으나 와인 마시고 또 '미안하다 고맙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와인을 마시고 '미안하다 고맙다'를 변용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와인을 마시고 '미안하다 고맙다'를 변용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사진=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술을 마시고 SNS 게시글을 작성했다가 급히 삭제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새벽 2시경,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이 일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샤토 무통 로췰드’ 와인 사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여기에 “우와 6리터. 마지막앤(엔) 핥아 마셨음(음). 고맙다 ○○야. 과용했어 미안하다. 내가 이 은혜를 꼭 갚으마. appreciate it(고마워)”란 글을 덧붙였다.

오타가 섞인 정 부회장의 취중 글에 누리꾼들은 “친근하다”라고 댓글을 달았으나, 일각에서는 앞서 도마 위에 올랐던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를 재소환했다는 시각을 내놨다.

해당 게시물은 15일 오전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이 터진 이유?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25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럭‧가재 등 음식 사진과 함께 “미안하다. 고맙다”(sorry and thank you)라는 표현이 포함된 게시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문구를 조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어떤 의도를 갖고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니라고 해석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온라인에서는 정 부회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로 정 부회장이 논란을 알면서도 계속 같은 문구를 사용한 데 대해 비판하며 신세계그룹 계열사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움직임도 일었다.

정 부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7일 반려견 추모 사진과 함께 해당 문구를 재차 사용했다. 그는 다음 날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라는 말로 그간의 논란을 우회적으로 반성하고 앞으로는 조심하겠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이후 13일 고기 사진과 함께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쓴 데 이어 15일 또다시 ‘미안하다 고맙다’를 변용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정 부회장은 SNS에서 '용진이 형'으로 불릴 정도로 친근한 기업인의 면모를 표출해왔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정 부회장은 SNS에서 '용진이 형'으로 불릴 정도로 친근한 기업인의 면모를 표출해왔다. 사진=연합뉴스


◇ '아슬아슬' 수위 발언, 신세계에 '득' 될까 '독' 될까?


정 부회장은 평소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물론이고 타 업체 상품까지 홍보를 자처하며 소비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꾀해왔다. 상품을 직접 써본 후기를 남기는 것 외에도 이마트 상표 ‘제이릴라’와 자신 외모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배추밭에서 직접 배추를 수확하는 등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로 명실상부한 유통가 ‘SNS 스타’로 떠올랐다.

6월 중순 현재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6만 명이 넘는다. ‘용진이 형’으로 통하는 정 부회장이 글을 올리면 수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수천 명이 댓글을 단다. 문제는 그가 인기를 얻는 만큼 언행에 신중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화두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에 영화관과 놀이공원 방문 인증 사진을 게재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당시 그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동인구 많은 곳 방문이 자제되고 방역 등 위생관리에 대한 요구가 강화된 상황에 밀폐된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놀이공원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전에 없던 대기업 오너의 격식 없는 소통에 열광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슬아슬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팬덤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득’이 될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더 강력한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