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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이 죄?…전·월세 대란에 빌라 대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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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이 죄?…전·월세 대란에 빌라 대안되나

아파트 전세 물량 사라져…공급난에 가격 상승 지속
“효율적”…아파트보다 가격부담 적은 신축빌라 선택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빌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은평구의 빌라들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빌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은평구의 빌라들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서울 시흥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연봉 3500만 원의 중소기업 직장인이다. 그는 이런저런 사유로 미뤄온 결혼을 진행하기로 결심하고 신혼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시흥동 집은 홀어머니와 같이 지내고 있다. 아내될 사람은 시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데 동의하지 않아 결국 아들부부가 나가 살기로 했다.
서울 시흥이면 외곽지역이다. 전국이 전세난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 지역 역시 전세 매물이 없다. 월세는 전용 53.79㎡(17평)의 경우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25만 원 규모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1980년 건축으로 지은지 30년이 넘어 여러가지 불편함이 많다

A씨 회사가 위치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지역은 전용 80㎡(24평)이 5000만 원에 월 180만 원 정도로 부담이 적지 않다.

이 지역에서 전세는 가격대가 높지만 그마저 매물이 아예 없다.

이에 따라 A씨는 신혼임에도 결국 아파트를 포기하고 빌라나 다세대, 연립주택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처럼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로 옮겨가면서 빌라 전셋값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5월 마지막주(31일 기준)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는 107.0으로 일주일만에 1.4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수급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로, 전세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서울 지역에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있다 해도 평균 전셋값은 6억1451만 원으로 1년만에 1억2000만 원 이상 올랐다. 직장인은 1년만에 이만큼을 벌기 힘들다.

이에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로 몰려 전세 대신 매매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서울에서 빌라를 매매한 거래량은 은평구 439건, 강서구 434건, 송파구 405건, 도봉구 355건 등 전체 4036건으로, 아파트 매매보다 1100건 이상 많았다.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신축 빌라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신축 빌라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최환금 전문기자

서울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이에 부담을 가진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를 선택하고 있다"며 "이런 경향으로 인해 빌라 전셋값도 급상승하면서 아예 빌라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로 나온 빌라 현황을 보면 전세는 전체 규모 명시 없이 방2욕실1로 표기된 1억1천만 원 매물 단 1개만 등록돼 있다. 월세는 방3욕실2베란다 규모가 보증금 4000만 원에 월 80만 원, 방2욕실1베란다 규모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65만 원 수준이다.

빌라 매매는 규모가 큰 방3욕실2베란다2 규모가 3억1000만 원이며, 이보다 규모가 작은 방2욕실1베란다1의 경우 급매로 1억6000만원에 나와 있다.

같은 지역에서 방2욕실1 전세가 1억1천만 원인데 방2욕실1베란다1 급매가 1억6000만 원으로 차액이 5000만 원정도다. 따라서 전세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가 있더라도 비용을 추가해 아예 매매로 선택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서울 은평구 빌라 매매 시세를 보면 신축 빌라 방3욕실1이 3억 원대이며, 방3욕실2 규모가 4억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동일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도 아예 신축빌라 가격과 비슷한 선에서 분양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A 아파트의 경우 전체 8층 1개 동에 아파트 25세대와 오피스텔 3세대 등 28세대 규모가 A, B, C 타입으로 구성돼 있으며, 분양가는 4억 원대이다. 지역 신축 빌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빌라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마저 높아져 아파트 대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는 은평구에서 갈현1구역, 대조1구역, 불광5구역 등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 수혜주로 기대되는 방화뉴타운 정비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송파구는 거여마천 뉴타운 개발 그리고 도봉구는 창동 개발 기대감이 높다.

이처럼 그동안 생활편의나 주차 문제 등으로 관심이 적었던 빌라나 연립주택이 천정부지의 아파트를 대신하는 대체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 등 일부에서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 등 '빌라 열풍'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곳 등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에 위치한 빌라는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다"면서도 "지금 당장 개발되는 곳이 아닌만큼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학교 부동산 전문 교수는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 유지에도 큰 부담이 없다"면서 "더구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당시 공약으로 개발 기대감이 커져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신축 빌라들은 아파트처럼 구조나 편의시설이 뛰어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빌라나 연립주택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주차공간 및 보안시스템 등 주거 여건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최환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gcho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