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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우려에 앞서 ‘더딘 고용시장 회복’이 더 큰 문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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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이션 우려에 앞서 ‘더딘 고용시장 회복’이 더 큰 문제인 이유

주요 지역별 근로시간 감소 추이. 근로시간 추이는 고용시장 지표 가운데 하나다. 사진=ILO/블룸버그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지역별 근로시간 감소 추이. 근로시간 추이는 고용시장 지표 가운데 하나다. 사진=ILO/블룸버그

최근 물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특히 미국이 심각한 분위기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나 올랐다. 지난 2008년 이후 13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시점에서 조사한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문제를 전세계로 넓혀서 보면 전세계 경제가 그런 황에 함께 놓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흐름도 작용하고 있고 나라마다 다른 사정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같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고용한파는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 세계 각국의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더 시급한 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주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도 고용시장이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충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고용한파


블룸버그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달초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여러나라의 정책당국이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 회복 추세 속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전례 없이 위축된 고용시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일자리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많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산업현장의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7500만개 부족하고, 내년에는 2300만개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큰 침체에 빠진 세계 고용시장도 앞으로 2년 뒤인 2023년에나 회복될 것으로 ILO는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국가에서 쉽게 떨어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 실업률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OECD의 전망이다.

◇임금·물가의 인상 악순환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진 여파로 물가도 빠르게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실업률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임금인상 압력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저임금 근로자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통과 저임금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낳기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일자리가 몰려 있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심지어 구인난까지 벌어지면서 임금인상 카드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은 미국 같은 나라에 특히 해당되는 일인데 이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제는 노동유연성이 매우 커서 경기가 나빠지면 대량 해고가 일어나지만 경기가 되살아나면 쉽게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는 구조를 띄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어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에서 글로벌 시장 리서치 팀장을 맡고 있는 롭 서브바라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가려면 아직도 채워야 하는 일자리가 많다”면서 “현재의 상황은 일부 경제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염려하는 ‘임금과 물가의 상승 악순환’은 전세계적으로 염려할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나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코로나 사태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시행 중인 재정 확대 정책을과 저금리 정책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데는 이같은 악재가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따라서 서브바라만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은 올 3분기까지 기다리면서 임금인상 흐름이 구체화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정도의 여력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가파른 물가 상승세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인플레 기대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5월 들어 5%를 기록, 13년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013년 이후 최고인 2.8%를 찍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한 2%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와 ECB를 비롯해 주요국 금융당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는 경제 회복세로 인한 수요 팽창으로 원자재 가격을 급등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 부족에 따른 현상인데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얀 해치어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이코노스미스트들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난 2개월 동안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정도는 아니다”면서 “향후 몇 개월에 걸쳐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물가 상승세를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인상 압력 요인인 글로벌 공급 부족 사태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인 셈이다.

◇고용시장 회복이 인플레의 관건


IL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노동소득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할 때 8.3%나 감소한 상태. 현재 노동생산성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3분의 2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때문에 주요국 당국들은 고용시장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고용시장을 되살리는데 우선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도래할지 여부는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가 문제”라면서 “아직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지금 논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