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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붕괴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중이라도 적용 어려워...법 강화 추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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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붕괴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중이라도 적용 어려워...법 강화 추진될까

'철거중인 건물'에 '시민' 피해...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중이더라도 적용 어려울 듯
여권 주도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추진...완화·보완입법 호소하던 건설업계 '전전긍긍'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공사 구간에서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10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공사 구간에서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10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불과 7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각종 공사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건설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건물해체(철거)'를 포함해 건설공사 현장업무 전반에 걸친 안전관리 미비로 발생한 일반시민의 재해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중대시민재해'의 범주에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4호에 규정된 건설공사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결함으로 인한 재해'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4호에 규정된 '건설공사'는 건축·토목공사 등 명칭에 관계없이 시설물을 설치·유지·보수하는 공사와 해체공사를 포함한다.

즉, 만일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9일 17명의 시민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해체건물 붕괴사고와 똑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징역형 등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되는 셈이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대상으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등 2종의 재해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광주 학동 붕괴사고의 경우, 아직 법 시행 전일 뿐 아니라, 만일 법 시행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17명의 사상자가 작업 근로자가 아닌 일반시민이라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특정 원료·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지 않는 '철거중인 건물'에 의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에도 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해체공사'에 기인한 시민의 피해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포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결함만을 처벌 이유로 규정하고 있어 광주 학동 붕괴사고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해체공사를 포함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곤혹스러운 분위기이다.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은 구체적인 재해의 유형이나 처벌대상의 범위, 면책조항 등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폭넓게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라 처벌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법 적용을 완화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그러나 이번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인해 오히려 법 강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업계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된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중대재해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발생한 중대재해 누적 건수는 총 292건, 사망자는 290명이었다.

중대재해는 지난 1월 49건, 2월 47건, 3월 63건, 4월 72건, 5월 61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축, 건축물 해체관련 재도개선과 현장 이행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 시스템으로는 중대재해의 반복적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며 "당초 초안에서 후퇴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벌 중심의 법 적용은 재해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오히려 경영활동 위축 등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