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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버블' 추진에…백화점 ‘걱정’ 면세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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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버블' 추진에…백화점 ‘걱정’ 면세점 ‘기대’

백화점 3사, 매출 상승세 면세점·해외 매장에 뺏길까 우려
면세업계, 인터넷 면세점 개편·멤버십 등급 선정 기준 변경

정부의 '트래블 버블' 정책 추진에 백화점업계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의 '트래블 버블' 정책 추진에 백화점업계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역 신뢰 국가와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이 이르면 7월부터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전망이 갈리고 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관리에 대해 서로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상대국 국민이 입국했을 때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싱가포르·대만·태국 등과 트래블 버블 합의를 진행 중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은 56%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수천만 원대 명품시계와 보석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 늘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렀던 소비가 한 번에 분출된 ‘보복소비’에 더해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에 대한 수요가 국내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며 백화점의 ‘급’을 결정짓는 3대 명품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2조 4000억 원으로 이들 명품의 단일 매장 매출은 연간 70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올해 8월 롯데백화점은 동탄2신도시에,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에 신규점을 출점한다는 점도 백화점업계 실적 상승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모두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백화점 관계자들은 매출 상승 추세를 마냥 달갑게 보고 있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면세점이나 기타 해외여행 쇼핑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앞으로 늘어날 여행 수요에 대비해 홈페이지 개편, 멤버십 등급 선정 기준 변경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면세업계는 앞으로 늘어날 여행 수요에 대비해 홈페이지 개편, 멤버십 등급 선정 기준 변경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즉시 여행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면세업계는 미래에 늘어날 여행 수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사업 다변화를 추진하는 등 ‘트래블 리테일러’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품절 상품 사전 예약 서비스 등의 기능을 추가해 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자가격리 해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여행 패키지 구성, 사업 출장객 프로모션 등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해외 상품 직소싱 온라인몰 ‘엘디에프 바이(LDF BUY)’를 선보이며 업계 최초로 해외 직접 구매(직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4일 온라인 멤버십 등급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 구매 금액에 따라 5단계로 나눴던 등급을 4단계로 축소했다. 구매 합산 금액을 낮추는 대신 구매 일수를 추가했다. 또 오는 30일까지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활용한 ‘보물지도’ 행사를 열고 신세계면세점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대상으로 금 1돈, 버버리향수, 커피 쿠폰 등을 경품으로 준다.

신라면세점은 이탈리아 니치향수 브랜드 ‘아쿠아 디 파르마’ 신제품을 면세업계서 처음으로 내놓고 향수 마니아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엔 내수통관 면세품을 판매하는 신라트립에서 ‘100원 위크’를 열고 2주간 300여 명에게 프라다, 로에베, 훌라 백 등을 증정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6월 초 인천공항면세점에 롱샴과 헬렌카민스키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입점시켰다. 서울 시내점인 동대문점과 무역센터점에도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인터넷 면세점을 개편한다.

면세업계 회복의 신호는 이미 수치로 나타났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4월 9867억 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점차 회복해 올해 4월 기준 1조 5574억 원까지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58% 늘어난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착륙 관광 비행 등으로 내국인 매출이 늘고 있다. 해외에도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트래블 버블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정부 지원 등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