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재개발구역 철거건물의 붕괴 사고는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관행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 ‘예고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원청사와 계약한 한솔기업은 광주 지역업체 백솔건설에 12억 원을 주고 불법 재하청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발주처-원도급-하도급-근로자로 이어지는 건설산업의 다단계 구조는 이른바 건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비유된다. 도급 단계를 거칠 때마다 공사비가 줄고, '깎인 비용'은 부실공사로 이어질 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작업현장의 하청업체는 낮아진 공사 단가로 최소 이윤을 얻기 위해 인력 부족과 안전관리 미흡 같은 '사고유발 요인'들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공사기본법 29조는 도급 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는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건설공사의 일부를 하도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돈, 즉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직접 공사보다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윤을 뽑아내고, 법을 어겨도 벌금 수준의 처벌에 머물다 보니 ‘다단계 하도급 굴레’가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특별감독을 지시하고 처벌 위주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산업재해의 현주소는 비슷한 사고가 어김없이 재발해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고, 또다시 유사 대책들이 변죽을 울리며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청사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 조금이라도 인명사고를 줄여보려는 노력을 이해하지만 근본 해법은 현재 만연한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 등 과감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다.
불법 하도급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건설 공사장에서 ‘인명사고의 불씨’는 결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