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그린에너지 탐난다" 글로벌기업 '도전'에 공기업 '응전' 부심

공유
2

"한국 그린에너지 탐난다" 글로벌기업 '도전'에 공기업 '응전' 부심

글로벌 가스기업 '린데', 경기도·효성 등과 국내 수소시장 진출 '공세'...가스공사 '수성'
토탈에너지스·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 국내 해상풍력 '눈독'...석유공사·한전 '주도권 지키기'
신재생 시장은 본질상 경쟁시장...주요 에너지 공기업, 원천기술 개발·공정거래관리 역할 필요

수소·풍력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글로벌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과감한 탄소중립 정책에 해외 기업들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글로벌기업의 진입은 국내 신재생에너지시장의 활성화에 긍정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전력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에겐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가스공사 공들이는 국내 수소시장에 美글로벌기업 린데 1조7천억원 투자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글로벌 산업용 가스업체 '린데(Linde)'는 효성과 함께 지난 21일 울산 효성 용연공장 부지에서 연산 1만 3000t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 플랜트 기공식을 가졌다.

지난 16일 경기도·평택시와 '수소충전소와 산업용 가스시설 설립' 투자협약도 맺은 린데는 15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투자해 경기도에 소재한 주요 반도체 생산시설을 위한 초고순도 질소 등 산업용 가스시설을 신·증설하고, 경기도 주요 도시에 기체·액체수소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 1월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업무협약을 성사시키며 새만금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린데는 액체수소 충전소, 그린수소 생산단지 등을 통해 국내 수소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등 수소사업은 가스공사가 주력하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다.

가스공사는 GS칼텍스와 함께 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에 연산 1만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고, 수도권과 중부권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수소차 이용자에게 직접 액화수소를 공급하는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가스공사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개념도. 자료=한국가스공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가스공사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개념도. 자료=한국가스공사

린데와 효성이 손잡은 액화수소 플랜트는 오는 2023년 5월에, 가스공사-GS칼텍스의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은 오는 2024년 12월에 앞다퉈 준공될 예정이다.

LNG 공급 공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가스공사가 수소사업에서는 민간·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무한경쟁'에 들어선 셈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일본보다 수소액화기술 상용화가 늦은 편이지만, 가스공사는 세계 최초로 LNG 냉열(LNG를 기화할 때 발생하는 냉기)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수소를 액화하는 등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수소시장은 본질적으로 경쟁시장인만큼 LNG와 달리 가스공사가 시장지배적 영향력을 유지하긴 어렵지만, 가스공사는 전국 LNG 공급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수소를 공급하는 동시에 수소유통 전담기관으로서 국내 수소시장의 왜곡을 감시하는 등 공기업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시장도 글로벌 기업들 '눈독'...한전·석유공사 '주도권 지키기'

그린인베스트먼트(GIG)가 참여해 개발 중인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ONE 해상풍력 단지 모습. 사진=GIG이미지 확대보기
그린인베스트먼트(GIG)가 참여해 개발 중인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ONE 해상풍력 단지 모습. 사진=GIG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도전'과 우리 공기업들의 '응전'이 예상된다.

프랑스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와 글로벌 녹색에너지 투자전문기업 '그린인베스트먼트 그룹(GIG:Green Investment Group)'은 지난 10일 울산시, 울산테크노파크, 부산·울산·경남(부·울·경)지역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기업 80개와 함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GIG-토탈에너지스는 울산 앞바다에 총 1.5기가와트(GW)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GIG·토탈에너지스와 국내 기업들은 부·울·경에 형성돼 있는 조선·해양플랜트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내 부유식 해상풍력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한국의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로 했다.

두 기업은 서해와 남해에도 총 1GW 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 진도군 맹골군도 해상에 500메가와트(㎿),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인근 500㎿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을 나란히 추진하고 있다.

GIG 관계자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핵심 방향은 현지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며 "양식장 조성, 어업손실보상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어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페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기업 'EDP 리뉴어블스(EDPR)'와 '오션윈즈'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 EDPR 본사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유정열 사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국 태양광·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 투자신고식'을 가졌다. 총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전남 고흥에 200㎿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와 인천에 1.2GW급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해상풍력사업은 한전과 석유공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신재생사업이다.

한국석유공사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활용될 동해가스전 시추 플랫폼. 사진=한국석유공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로 활용될 동해가스전 시추 플랫폼. 사진=한국석유공사

울산에 본사를 둔 석유공사는 내년 6월 생산을 종료하는 동해가스전 시추 플랫폼을 활용해 200㎿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오는 2026년부터 동해가스전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전력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GIG-토탈에너지스는 총 1.5GW의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오는 2023년 말부터 2027년까지 단계별로 착공할 계획이다. 석유공사와 GIG-토탈에너지스가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전개되는 셈이다.

이밖에 덴마크 풍력터빈 제작사 '베스타스'도 이달 초 전남도와 씨에스윈드 등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총 8.2GW 규모의 전남지역 해상풍력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은 물론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과 국내기업과의 협력관계 강화에 대체로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관련업계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촉매제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술·경험·자금에서 우위인 해외 선진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하면,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 신재생 산업을 대폭 성장시킬 수도, 해외기업의 시장 장악과 국내기업 도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해외기업을 단순히 경쟁자로 여기기보다는 국내기업의 제품·서비스가 적극 활용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협업체계를 체계화해 국내 신재생 산업과 해외기업이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업계 관계자는 "고정식 해상풍력은 전체 사업비 중에서 터빈의 비중이 큰 반면, 부유식 해상풍력은 부유체의 비중이 크다"면서 "우리나라는 조선·해양플랜트 경쟁력을 갖춘 만큼 침체된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독점 성격이 강한 석유비축, 전력공급망, LNG와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고 전하며 "첨단 기술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수소·해상풍력 등 분야에서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개발과 생산·공급 효율성 제고에 한층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